[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의학회가 최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가 출생 후 뇌성마비 진단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사건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학회는 이번 사건이 의학적 타당성과 배치되는 무리한 형사 기소라며, 산부인과 의사를 비롯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종사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심각한 사태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이번 기소가 의과대학 교수진을 크게 위축시켜 산과학 교육을 포기하게 만들고, 고위험 산모 진료 인력을 멸종시킬 수 있다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대한의학회의 핵심 이념인 '미래 의학자와 의료인 양성'에도 중대한 위협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학회는 대한산부인과학회를 비롯한 내과학회, 외과학회, 소아청소년과학회 등 총 197개의 회원 학회를 두고 있는 국내 최대 권위 의학 학술단체다. 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속화된 필수의료 붕괴가 의사 개인이나 의료계 탓이 아니라, 재원 확보와 지원 등 근본적 정부 대책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각각 21.9%, 48.2%, 13.4%, 36.8%에 불과하며,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 결과 분만 취약지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으로 산모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대도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위험에 처하는 일이 발생하고, 소아청소년과 공백으로 야간·주말 응급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수년 전부터 대한의학회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외쳐온 지속 가능한 필수의료 대책을 정부가 외면한 결과라는 비판이다.
의학회는 산과가 산모와 태아 두 생명을 동시에 다루는 고위험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에게 불가항력적 결과까지 형사 책임을 묻는 현실은 분만장을 떠나라는 경고장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뇌성마비와 같은 질환은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이를 단순히 의료진 과실로 단정해 형사 수사를 받게 하는 것은 의사들의 사명감을 꺾는 처사라는 주장이다. 평생 고위험 산모 진료와 산과학 연구에 헌신해온 대학교수가 법정에 서는 모습은, 필수의료 분야에 뜻을 품은 젊은 의사들에게 "산모를 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의학회는 해외 사례와도 비교했다. 영국과 미국 등 영미법 국가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의료행위 자체를 형사처벌하지 않고, 독일과 스위스 등 대륙법 국가도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이상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우리와 법체계가 유사한 일본은 2016년 이후 2021년까지 의료행위를 형사 기소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의학회는 "사회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위험을 내포한 업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업무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정의로운 공권력이 아니라 사회를 마비시키는 행위"이며, 선진국 사법기관들은 이를 해로운 공권력 행사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의학회는 이번 기소가 이미 소수에 불과한 산과 교수들을 분만 현장에서 떠나게 만들 것이며, 이는 곧 산과 교육과 분만 인프라 붕괴라는 국가적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더 이상 필수의료 종사자가 부당한 형사 기소 대상이 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 이를 방치한다면 산모와 아기가 산부인과 의사를 찾아 헤매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의학회는 "사법기관이 이번 사안을 국민 생명과 건강, 필수의료 존속에 직결된 문제로 인식해 현명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필수의료 체계 유지를 위해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