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보건복지부가 내달 '국민 참여형 의료혁신위원회' 출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위원 인선의 균형과 논의 의제 설정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실질적 성과 없이 보여주기식 절차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혁신위와 시민패널의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해도, 단순한 공개보다 현장이 공감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정과제인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로의 전환-국민이 만드는 진짜 의료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10월 중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발족할 예정이다. 혁신위는 환자·소비자·지역·청년·노조·사용자·언론 등 각계를 대표하는 국민과 보건의료 외에도 경제·사회·기술 분야 전문가를 아우르는 형태로 꾸려진다.

또한 산하에 '의료혁신 시민 패널'을 신설해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주요 과제를 숙의하고 권고안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구체적인 논의 의제는 출범 전 확정하지 않고, 공개적 논의를 거쳐 위원회 내부에서 결정한다. 아울러 혁신위와 시민패널의 논의 과정과 결과는 온라인 중계와 속기록 공개를 통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는 '국민 참여'라는 이름과 달리, 정부가 이미 짜둔 방향과 논의 틀을 뒷받침하는 수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소재 A의대 교수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겉으로는 국민과 함께 논의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정부가 큰 방향을 이미 정해놓고 이를 뒷받침하는 수순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위원 구성 과정에서 특정 시민단체나 친정부 성향 인사 위주로 채워진다면 전문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의료계 신뢰도 역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제 설정의 공정성 문제도 거론됐다. A의대 교수는 "의료 분야의 제도 개선 등에서 공론화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듣고 합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불제도 개편과 같은 민감한 의제를 논의할 때, 가입자 입장만 고려하거나 공급자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결국 의료계의 일방적 양보만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적으로는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완화 등 현장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과제부터 논의해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실제 제도에 반영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 리더십의 중요성도 지적됐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자리에 의료계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과거 윤석열 정부 당시 구성됐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한계를 반복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B의대 교수는 "혁신위는 의료계뿐 아니라 국민과 경제·사회·기술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포함되는 만큼, 논의의 중심을 의료현장을 잘 아는 인물이 잡아야 한다"며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의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윤석열 정부 당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차이가 없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된 내용의 투명성을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단순한 공개보다 현장이 공감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새로운 의정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부가 혁신위 및 시민패널 논의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단순한 공개보다 현장이 공감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새로운 의정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정정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회의록이 파기된 이전 정부의 추진 과정과 다르게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투명성보다는 건전한 거버넌스 구조가 중요하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모두가 공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의견 청취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또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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