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성분명 처방 강제 법안을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가 궐기대회를 열며 불씨를 지핀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이 직접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처방권을 침해한다는 위기감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목소리의 크기만큼 결집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의협이 컨트롤타워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 내부에서도 적잖은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의협은 한층 더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김택우 회장은 1인 시위 현장에서 "수급불균형 의약품은 정부와 함께 논의하는 위원회만 해도 다섯 곳이 넘는다. 그럼에도 부족 문제의 책임을 의사에게 돌려 성분명 처방을 강요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칙을 부과하겠다는 발상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는 특히 법안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을 '처방권 침해이자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조치'로 규정했다. 성분명 처방으로 의약품 부족이 해결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데,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지난 9월 26일 궐기대회를 연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우리 의사들은 다 양보할 수 있어도 처방권만은 결코 내줄 수 없다. 성분명 처방은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정부가 강행한다면 서울시의사회는 선택분업과 원내조제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이번 사안이 무마되지 않을 경우 제2의 의약분업 사태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택우 회장은 "현재 의협에는 다양한 로드맵이 마련돼 있다. 법안이 강행된다면 결국은 환자선택분업이나 의약분업 파기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역시 연대를 확인했다. 대개협 박근태 회장은 "성분명 처방 법안 통과는 의약분업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라며 "법안이 현실화된다면 의협과 공조해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는 의협의 대응을 지지하지만, 또 다른 목소리는 "행동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이 현안마다 TF를 남발하는 방식이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실제로 김택우 집행부 출범 8개월 만에 10여 개의 위원회·TF·센터가 신설·재구성되면서 회무의 무게중심이 분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의사회 관계자는 "의협 TF가 몇 개인지 모르겠다"며 "굵직한 현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명이나 입장문만으로는 현 상황의 심각성이 전달되지 않는다"며 "의협 회장이 직접 장·차관을 만나 담판을 짓거나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서야 한다. 의대생·전공의 문제에 나섰듯 이번 사안도 같은 무게감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김택우 회장을 시작으로 상임이사들이 추석 연휴 이후에도 국회 앞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회장은 "약사법·의료법 개정의 문제점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