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부인종양학회 이재관 회장(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대한부인종양학회 이재관 회장(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대한부인종양학회가 내년 국내 자궁경부암 검진 가이드라인 개정에 나선다.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개정될 가이드라인에는 기존 자궁경부 세포검사(Pap smear) 대신 HPV DNA 검사를 권고할 예정이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 국가 예방접종(NIP)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세포검사 방식의 한계점은 더욱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부인종양학회 이재관 회장(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은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세포검사는 민감도에 한계가 있는 데다, 예방접종이 확대되면서 그 진단 효율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며 "이미 해외에서는 세포검사에서 HPV 검사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국가 암검진에 HPV DNA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HPV DNA 검사를 추가로 도입할 경우 자궁경부암 퇴치 시점을 약 10년 앞당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2044년에 자궁경부암 퇴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HPV 검진 도입과 예방접종 확대가 병행되면 2034년까지 앞당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HPV DNA 검사 도입이 자궁경부암 퇴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자궁경부암은 '예방 가능한 암'으로 분류된다"며 "국가 암검진에 HPV 검사가 도입돼야 WHO의 글로벌 퇴치 전략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음은 이재관 대한부인종양학회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국내 자궁경부암 검진 현황은 어떤가.


우리나라 자궁경부암 검진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자궁경부암은 전체 여성암의 30%를 차지해, 여성암 환자 10명 중 3명이 자궁경부암 환자였다. 1970년대에도 인구 10만 명당 714명이 발생했는데, 이는 당시 미국의 90배, 일본의 2배가 넘는 높은 수치였다.

이후 1970년대부터 자궁경부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국가 차원의 검진사업은 2001년 도입됐다. 당시 3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자궁경부 세포검사(Pap smear)'를 시행했다. 그 결과 현재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10명대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외국보다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에는 암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인 '자궁경부 전암 병변'이 젊은 여성층에서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히 자궁경부암 발생률 감소에 만족할 것이 아닌, 향후 임신·출산을 앞둔 젊은 여성층에서 늘어나는 전암 병변을 어떻게 줄일지, 그리고 예방접종 확대와 같은 사회적 노력이 어떻게 이어질지가 중요한 숙제다.

Q. 검진 방식도 많이 발전했을 것 같은데.

그렇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그간 검진 기술 발전에 맞춰 자궁경부암 검진 권고안을 2002년, 2016년 각각 발표했다. 곧 발표할 새 검진 권고안까지 합치면 세 번째 개정판이다. 

2016년 개정 때 아쉬운 점은 있었다. 당시 외국에선 이미 자궁경부암 검진에서 HPV DNA 검사를 적극 도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서는 재정적·제도적 이유로 HPV DNA 검사 도입이 지연됐다. 

그럼에도 개정 당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 국가 예방접종으로 도입됐다는 점이다. 30세 이상이던 검진 대상을 20세 이상으로 낮춘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다만 예방접종 도입 이후에는 전체 유병률이 낮아지면서 기존 세포검사의 '양성 예측률(Positive Predictive Value, PPV)'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즉, 환자가 줄어들수록 세포검사만으로는 의미 있는 양성 판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국가 암검진에서 HPV DNA 검사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기존 세포검사는 민감도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는 데다, 예방접종이 확대되면서 그 진단 효율도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HPV DNA 검사는 여러 연구에서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였고, 이미 해외에서는 세포검사에서 HPV 검사로 전환이 이뤄졌다. 특히 2013년부터는 HPV DNA 단독 검진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고려할 때, 머지않아 우리나라 역시 HPV 검진 체계 전환이 이뤄질 것이다.

다만 HPV DNA 검사가 국가검진에 도입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여러 종류의 HPV 검사 키트 간 정확도가 균일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검진 도구로 쓰기 어렵다. 검사 도구의 품질 관리 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전히 낮은 검진 참여율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가장 시급하다. 

Q. HPV DNA 검사 기준에서 어떤 부분을 유심히 봐야 하나.

HPV DNA 검사가 자궁경부암 검진 도구로 처음 도입될 때는 단순히 바이러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연구가 축적되면서 HPV의 아형(Genotype)에 따라 암으로 진행될 위험도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16형과 18형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위험이 다른 유형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개정 권고안에서는 최소한 이 두 가지 유형은 반드시 검출해야 한다는 기준을 포함할 계획이다.
 
대한부인종양학회 HPV 검사 핵심 권고 기준. 
대한부인종양학회 HPV 검사 핵심 권고 기준. 
Q. HPV 16, 18형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HPV는 크게 고위험형과 저위험형으로 구분된다. 고위험형은 자궁경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형이며, 저위험형은 암보다는 사마귀 등 양성 병변을 일으키는 유형이다. 그중 16형과 18형은 고위험형 중에서도 악성도가 가장 높아 자궁경부암 발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현재 국가예방접종으로 사용하는 4가 백신 역시 16형과 18형을 주요 표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 개정 권고안에서도 이러한 점을 반영해, 최소한 HPV 16형과 18형은 반드시 검출하도록 기준을 제시했다.

Q. 이번 개정 권고안 중 이견이 있는 부분은 없나. 

권고안 최종본은 완성된 만큼, 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권고안의 가장 큰 의의는 기존처럼 산부인과 의료진만이 아닌, 진단검사의학과와 병리과 의료진이 모두 참여해 마련했다는 점에 있다. 

다만 HPV DNA 검사를 국가 암검진 항목에 포함할 때, 세포검사와 병행할 것인지 아니면 단독으로 시행할 것인지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 역시 과거에는 세포검사와 HPV 검사를 함께 시행했으나, 최근 들어 HPV 단독 검진 체계로 전환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HPV 검사 도입 시 단독 검사로 진행할지, 세포검사와 병행할지는 내년 권고안 위원회에서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Q. HPV DNA 검사가 국가 암검진에 포함된다면, 국내 자궁경부암 조기 검진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 거라 예상하나.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2년마다 세포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HPV DNA 검사를 추가로 도입할 경우 자궁경부암 퇴치 시점을 약 10년 앞당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측 모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2044년에 자궁경부암 퇴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HPV 검진 도입과 예방접종 확대가 병행되면 2034년까지 앞당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HPV DNA 검사의 도입이 자궁경부암 퇴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Q. 앞으로 국내에서 고위험 HPV 환자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현재 세포검사를 하면 전체 인구 약 3~4%만이 이상 소견을 보인다. 그런데 HPV 검사를 국가 암검진에 도입하게 되면 많게는 15~20%가 양성으로 나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나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양성이 나온 모든 환자에게 조직검사를 할 수도 없으니, 실제로 위험한 환자를 어떻게 선별해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에 이번 권고안에는 HPV DNA 검사 도입 이후 어떤 유형의 환자에게 추가 검사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선별 기준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HPV의 유형(아형)에 따라 추가 검사를 권고하거나, p16·Ki-67 바이오마커 이중 염색(Dual-stain)을 통해 자궁경부암 위험도를 평가하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이러한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권고안 시행 후 검진 현장에서의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고, 실제 고위험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 이재관 회장.
대한부인종양학회 이재관 회장.

Q. HPV DNA 검사가 권고안에 반영되더라도 건강보험 적용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현재는 4가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앞으로 남아까지 접종 대상을 확대하고, 예방 효과가 더 높은 9가 백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9가 백신은 비용이 높아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 따라 9가 백신 접종을 원하는 경우, 국민들이 비용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형태로 선택권을 주거나 바우처 같은 것들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HPV DNA 검사도 마찬가지다. 권고안에 도입되는 건 당연하지만, 국가 재정으로 즉각 전면 지원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환자들에게 최소한의 선택권을 주거나, 바우처 제도를 통해 재정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더불어 HPV 검사 기업 역시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고품질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등 사회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WHO는 자궁경부암을 ‘빈곤의 질병’으로 규정하고,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퇴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제적으로 자궁경부암은 '예방 가능한 암'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며, 남은 과제는 검진 체계 강화다. 국가 암검진에 HPV 검사가 도입돼야 WHO의 글로벌 퇴치 전략에도 부응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재정적·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지만, 충분히 논의되고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라 본다.

Q. 다른 국가들은 HPV DNA 검사를 국가 검진으로 포함시켰나.

그렇다. 태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들이 이미 HPV 검사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가장 늦은 편이었는데, 일본도 1~2년 전부터 HPV 검사를 국가 검진 체계에 포함시켰다. 이제 남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APEC '헬스 워킹그룹(Health Working Group)'에서도 자궁경부암 퇴치 사업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는데, 한국에는 두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됐다. 그 중 하나가 바로 HPV 검사 도입이다. 이에 내년 권고안 개정을 거쳐 머지않아 국가 암검진에도 HPV DNA 검사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단순히 검진 확대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고위험 환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선별할지에 대한 기준과 연구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권고안이 자궁경부암 검진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이후 2016년 두 번째 권고안까지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번 세 번째 권고안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앞서 있지만, 자궁경부암 분야에서는 접종·예방·검사 모두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체계가 제대로 세팅 된다면, K-의료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궁경부암 분야에서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학회와 기업들이 함께 노력해 시스템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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