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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는 회원이 회장 후보자에게 직접 투표하는 방식이며, 간선제는 선출된 대의원이 대신 투표하는 구조다.
직선제는 유권자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고 정치적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선거 과열과 포퓰리즘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있다.
간선제는 전문성과 검증된 인물 선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 회원의 참여가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서울시의사회 회장 선거는 간선제로 진행되고 있다.
10일 열린 '서울시의사회 회장 선거제도에 대한 공청회'에서는 직선제의 민주적 대표성과 간선제의 전문적 검증력 사이에서 서로 다른 해석이 제시됐다.
직선제 찬성 : 참여와 대표성의 복원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젊은 세대의 단체 이탈과 정치적 무관심이 의료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으로 직선제를 제시했다.
전 법제이사는 "젊은 의사들 다수는 의사단체와 그 활동에 무관심하다. 그러나 이들을 포용해 회원으로 참여시켜야 하며, 젊은 의사들의 정치적 잠재력 개발에 의료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 법제이사는 직선제를 도입하더라도 즉각적인 변화는 어렵지만, 의료계도 제도적 투명성과 참여 확대를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거시적으로는 사회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미시적으로는 의료계 내부의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직선제 논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직선제를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선거는 단순히 회장을 뽑는 과정이 아니라, 구성원 간 신뢰를 재확인하고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짚었다.
전 법제이사는 "선거는 후보자의 경쟁이면서 동시에 유권자들의 정치적 축제다. 선거의 공정성뿐 아니라, 이후 구성원의 화합까지 보장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법제이사는 단순히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그 제도가 작동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예로 들며, 당선자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전 법제이사는 "결선투표제를 통해 당선자의 대표성을 높이면, 민주적 정당성이 강화되고 향후 회무의 안정성도 확보될 것"이라며 "직선제의 단점을 줄이고 간선제의 장점을 병행해야 한다. 직선제와 결선투표제를 병행하되, 후보자에게 일정한 경력 요건을 부여해 포퓰리즘을 방지해야 한다. 제도 개정 후에는 충분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직선제를 민주주의의 본질로 해석하는 시각도 제시됐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박상호 위원장은 간선제가 구조적으로 회원을 소외시키는 한계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행 간선제는 대의원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폐쇄적 구조다. 일부 학연과 연고 중심의 세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으며, 제한된 표 수로 소수 세력 간 거래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서울시의사회 대의원 구성을 직접 예로 들며 불균형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177명의 대의원 중 A대학 33명, B대학 31명으로 두 대학이 전체의 37%를 차지한다. 10명 이상 대의원이 있는 6개 대학이 73%에 달한다.
박 위원장은 직선제에 대한 우려도 인식하고 있었다. 회무 경험이 부족한 인물이 당선되거나, 선거가 단순 인기투표로 변질될 위험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그는 "정보통신 발달과 SNS 활성화로 회원의 참여 의식은 이미 달라졌으므로 엉뚱한 후보와 자격 미달 후보를 선출할 위험성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이미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중 12곳에서 직선제를 시행 중임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인기투표는 간선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직선제는 공개적 검증을 가능케 하고, 건강한 선거 문화를 만든다"며 "민주주의의 본질은 직접 참여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서울시의사회가 회원들의 결속과 책임을 회복하려면 직선제 논의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간선제 유지 : 검증과 조직의 안정성
서울시의사회 임순광 대의원은 직선제가 참여의 폭을 넓힐 수는 있으나,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감정적 호소나 인기 중심의 선거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선제는 인기 있는 공약이나 감정적 호소가 중심이 되기 쉽다. 비방전과 갈등이 발생하고, 선거 후 단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의원은 직선제가 제도의 이상으로만 비춰질 뿐, 현실적으로는 막대한 비용과 행정 부담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홍보와 유세 비용, 관리 부담이 크며, 유권자가 많을수록 정책 검증이 어려워진다. 결국 인지도 위주의 표심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선제가 정책 검증력과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현실적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대의원 등 내부 대표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정책과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검토할 수 있고, 감정적 호소보다 합리적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한 임 대의원은 간선제가 선거 비용을 줄이고 관리 체계를 단순화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간선제는 선거 비용이 적고 관리가 간소화된다. 후보자들도 대규모 홍보나 유세 없이 정책 토론 중심의 선거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 대의원은 회장 선출이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협회의 연속성과 신뢰를 결정하는 과정임을 역설했다.
그는 "직선제에서는 세대·지역 갈등이 불거질 수 있지만, 간선제는 선거 후 단합과 안정적 운영이 용이하다. 대의원들은 후보자의 리더십과 정책 능력을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의원 중심의 선거는 여론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외부 단체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회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임 대의원은 회장의 자질 못지않게 인간적 네트워크를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의사회는 친목단체의 성격이 강하지만, 서울시의사회는 약사·한의사·간호사·의료기사 등 다양한 단체, 서울시·복지부·심평원·건보공단 등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시의사회장은 이러한 관계망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구의사회나 시의사회의 여러 직책을 거치며 형성된 신뢰가 회무의 실질적 역량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회의 문제는 강경한 선언보다 조용한 설득과 물밑 조율로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직역을 아우를 통찰력과 실무 능력이 필수적이다. 회무를 경험하고 의사회를 이해하며 헌신해온 대의원들이 뽑는 간선제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의사회 임민식 회장은 이번 논의를 제도 개편의 문제가 아닌, 회원 인식의 성숙도로 해석했다.
그는 선거의 본질이 '정치적 대표성 확보'와 '참여의 정당성'에 있다고 정리했다.
임 회장은 "선거란 유권자가 직접 또는 대표자를 통해 정치권력을 행사하고, 정당한 대표를 선출해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다. 권력의 정당성 확보와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는 장치가 바로 선거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의협의 선거제 변천사를 예로 들어, 직선제 도입이 곧 민주주의의 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제31대(2000년)까지 간선제로 운영됐고, 제31~36대(2001~2009년)에서 1차 직선제가 시행됐다. 이후 제37대(2012년)에는 선거인단 중심의 간선제로 바뀌었으며, 제38대(2014년)부터 다시 직선제가 도입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임 회장은 "의협 직선제의 불편한 진실은 회원들의 낮은 관심, 집행부와 회원 간 소통 부재, 비판적 언론의 부재, 과대포장된 선전만 난무하는 현실이다. 개인 중심의 선거로 회무 연속성과 정치적 연합체의 기반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제도보다 중요한 건 회원들의 의식과 준비다. 서울시의사회원들이 '직접 내 손으로 회장을 뽑겠다'는 열망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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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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