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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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그동안 사실상 권고 수준에 머물렀던 약제 사후관리 합의서를 실질적인 관리·제재 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의약품 공급 중단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합의서에 명시된 조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제약사의 일방적 공급 중단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공단은 내년부터 패널티 조항을 실제로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단은 2021년부터 제약사와 '요양급여 관련 합의서'를 체결해 공급의무를 명문화해왔다. 현재 급여의약품의 88.3%(1만 9388품목)가 공단 모니터링 의약품으로 지정돼 사후관리되고 있다.

목적은 명확하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합의서에는 요양급여대상 약제의 권리·의무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업체는 약제가 급여 적용되는 동안 요양기관에 원활히 공급해야 하며, 정당한 공급 요청이나 구매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없다.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급 중단 사유와 기간(영구 중단 포함)을 공단에 미리 통지하고, 환자 보호방안을 포함한 후속조치를 협의해야 한다고도 명시돼 있다.

또한 제1항의 공급의무를 위반하면 업체는 위반기간 1일당 '위반 약제의 직전년도 연간 청구금액 x 1/n x 1/365 x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단에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합의서가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제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의서 기반으로 관리되는 품목 중에서도 공급 중단이나 품절이 잇따르며 제도는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합의서에 법적 강제성이 없어 제약사의 일방적 공급 중단을 막을 제재 수단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상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정한 약 3000개 필수의약품은 관련 규칙에 따라 공급 중단이 예상될 경우 사전 보고 의무가 부과되며, 위반 시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반면 공단 모니터링 의약품은 법적 근거가 없어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한 의원은 "급여화된 의약품이 품절돼도 제약사는 신고 의무가 없다"며 "필수의약품이나 퇴장 예정 의약품만 식약처에 보고되고, 나머지 품절 상황은 파악조차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원활한 공급 보장을 명시하고도 신고 누락과 공급 중단에 제재가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공단의 약가 인상 인센티브가 공급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혈액질환 치료제 A의 약가는 수급 안정을 위해 1만1940원에서 34만484원으로 약 30배 인상됐지만, 지난해 2월 이후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이 같은 반복적 공급 중단 문제를 막기 위해 공단은 내년부터 패널티를 실제로 적용한다.

지난 11일 '2025년도 약가 협상 및 약제 사후관리 제도 설명회'에서 공단은 합의서에 명시된 제재 금액 산정식을 그대로 적용해 공급의무 위반 업체에 부과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공급 중단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다.

자료 제출 의무도 크게 강화된다. 공단은 공급이행 확인을 위해 분기 종료 후 40일 이내 월별 생산량, 수입량, 공급요청량, 실제 공급량 등 세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불이행 시 벌금 등 패널티를 부과한다. 특히 공급 중단 또는 허가 취하 계획은 사전에 공단과 협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건보공단 윤유경 약제관리실 실장은 "이번 설명회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고 수용성 높은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제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약가 협상과 이행 관리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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