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의 지속으로 '코로나19 안정화 이후'로 약속됐던 의료인력 증원 관련 논의가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의대 입학정원 조정 및 공공의대 신설 등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재차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2023년도 대학 입학정원 조정계획 수립과 관련해 '2023년도 보건의료 관련 학과 입학정원 산정을 위한 의견' 조회를 실시한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 이하 의협)가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의협은 '2020 전국의사총파업'을 통해 의대 증원 및 공공의과대학 설립 등 정부의 의사 인력 증원 정책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로 연기시킨 바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민단체와 보건의료노 등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대 증원 및 공공의과대학 설립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9월 총파업을 예고하며,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불법 의료에 내몰리고 있는 간호사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협은 "의료서비스 공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과 관련된 정책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국민의 건강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
의사 인력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전문성을 확보하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자본, 노력 등 자원이 투입되며, 의사 인력의 적정한 수급은 의료 수요와 의료서비스 제공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기에 중‧장기적인 인력 수급 계획 하에 적정 의사 인력을 산출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입학정원 증원 등 인위적이고 정치적 개입은 오히려 인력 수급 균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성급하게 정책을 수립하기보다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우선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적정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논의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의협은 의사 인력 과잉에 대비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감축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근거로 의협은 우리나라는 인구 1천 명 당 임상활동의사 수(공급)는 증가하는 데 반해, 임상활동의사 1인당 국민 수(수요)는 감소하고, 의사 인력 공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인해 2037년 이후 OECD 평균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저출산으로 인한 절대 인구 수의 감소와 그로 인한 영향을 고려하면 지속적인 공급과잉의 우려와 함께 초공급 과잉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의협은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의사밀도 3순위로서 동일 면적 내에 의사밀도가 상당히 높아 환자가 의사들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음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지역 간 불균형 문제 등의 해소를 빌미로 의사 수를 더 늘리려는 정부 정책은 지금도 높은 의사밀도를 더 높여 과밀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 의사 인력의 공급과잉 지속 및 향후 의사 인력의 초 공급과잉이 예상되기에, 의사 인력 공급과잉과 경쟁 심화에 따른 의료비 상승 및 의료서비스의 왜곡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해 의과대학 입학정원 감축 대책을 마련해 오는 2022학년 입학정원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의협은 의과대학 신증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의협은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의 교체에 따라 의과대학의 신‧증설이 이루어지고,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에 관한 법안도 발의된 상황이며, 의사인력과 관련된 정권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의료서비스 제공자 및 수요자에게 전가돼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사용과 더불어 제공자는 경제적 논리에 따른 특정 진료과에 대한 경쟁적 체제로, 수요자는 의료인력의 불균형에 따른 의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역 의대 설립'은 총선과 대선 단골 공약이기도 하다.
과거 부실 의대 증설 허가 등 비가역적인 정책은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급과잉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기에, 정치적·경제적 목적 등에 의한 부실 의과대학의 양산을 차단하고 의사 인력 수급의 적정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부실 의과대학 졸업생의 의사 국시 응시자격 제한과 같은 사후적 장치와 함께 부실 의과대학의 통‧폐합 및 의과대학 신·증설 억제 등 사전적 제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무엇보다 의사 인력 문제에 대한 협력증대와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정부가 단순히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에만 기반해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증원하는 것은 지양하고, 양적인 수급 추계뿐 아니라 지역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사항도 고려해 의료계와 함께 중장기적인 의사인력 수급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현재 국내에서는 수급추계에 관한 타당한 추계방법 및 인력수급에 관한 논의 테이블이 없으므로, 이에 예측가능하고 과학적인 추계모형을 설정하고 수급정책 의사결정에 대한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