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엔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 전문가, 국회 등과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했고, 올해엔 '늘 가까이에서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여러분과 소통해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해마다 '소통'을 약속하고 있는 셈이지만, 의료계가 이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지난해 추진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복지부가 보여준 대표적인 '불통(不通)' 사례라고 해도 무방하다.
당정 주도하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한시적 비대면진료 대안으로 제시되자 의료계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나서서 우려를 제기했지만, 복지부는 여러 논란 속에서 6월 1일부로 시범사업 시행을 강행했다.
더 나아가 지난달 1일에도 의료계를 비롯해 환자단체까지 반대한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그대로 추진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보완방안은 비대면진료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도 빠질 수 없는 불통 사례다. 논의 테이블은 있지만, 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라는 전제 하에 규모를 논의해야 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최소 2000명 이상으로 확인된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그대로 발표했다가 의협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소통 부재로 얼룩졌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복지부가 응급의료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결정하자, 의료계가 반발에 나섰지만 끝내 수용되지 않았다. 이는 결국 한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피의자로 전환되는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간호계 입장에선 국회까지 통과된 간호법 제정안에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것도 불통 사례로 여겨질 수 있는 사안이다. 올해 본격 시행된 비급여 보고 의무화도 의료계에서 반대해왔던 사안이지만, 정부는 충분히 소통했다면서 추진을 이어왔다.
복지부뿐만이 아니다. 국회에서조차 올해 의사면허취소법을 통과시켰고, 지역의사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21년 의료계 반대 속에 통과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2년 유예를 지나 끝내 시행됐다.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정 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선에서 '결국은 정부 뜻대로 하게 될 것'이라는 자조적인 푸념까지 나오는 것은 소통이 그만큼 일방적임을 방증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공청회, 간담회, 협의체, 위원회, 현장방문 등 소통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저 형식에 기댄 소통이라면 소위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입은 열려있되, 귀는 닫혀있다. 혹여 복지부 내에 '밀어붙이니 되네?'라는 인식마저 생겨날까 우려스럽다.
조규홍 장관이 매번 신년사에서 약속한 소통은 올해에도 의대정원 확대 문제로 시험대에 오른다. 현재로선 의대정원 확대가 기정사실화된 만큼, 의료계 이목은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 규모에 쏠려있다.
이번만큼은, 숱하게 의료계와 대화를 이어왔던 복지부가 비교적 수용 가능한 결론에 도달하길 기대해본다. 의료계와 간호계, 이들에게 올해만큼은 신년사처럼 '함께 고민하고 경청하는 복지부'가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