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미복귀자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해야지, 왜 자꾸 정부가 후퇴하느냐'는 비판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행정명령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처분을 하지 않는 방법은 있을 수 있을 것"이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행정처분 미이행은 현재 의대교수가 사직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해 요구하고 있는 정부 명령 취소에 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00일을 넘게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는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명령 철회를 기점으로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의대교수들은 정부가 행정명령 유효성을 유지해 향후 전공의 행정처분 근거로 삼으려는 것이며 행정명령에 대한 철회가 아닌 취소를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무기한 휴진에 나서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사직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이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의대교수들이 제기하고 있는 요구를 일부 수용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될 수 있다.
전병왕 실장은 "일단 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전공의 복귀율, 비상진료체계 등을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검토 후 대응 방안을 만들 계획이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부 대응은 오는 17일부터 예고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 무기한 집단휴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의대교수들로서는 사직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막을 수 있는 여지를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대교수들이 요구해온 것이 명백한 '행정명령 취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기한 집단 휴진 계획을 그대로 이어나갈 가능성도 적잖다.
이렇듯 정부가 대응 방안 수립에 나서고 있지만, 의료계 일각에서 지난 2월에 제출된 전공의 사직서를 소급해서 인정해달라는 요청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병왕 실장은 "일부 병원 요청이 있어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복지부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현재까지 검토한 결과로는 사직서 소급 수리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고 설명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사직 효력은 사직서 제출일자가 아닌 수리일자를 기준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며 "더욱이 전공의와 병원 간 고용계약은 병원마다 다양한데,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일률적으로 방침을 정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꾀하고 있는 전공의 복귀가 미진한 것도 정부에겐 또다른 과제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료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병왕 실장은 "지난 4일 행정명령 철회 이후 실제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전체 0.2%에 불과하고, 이는 복귀 전공의 숫자와 비슷한 수준"이며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집단 휴진으로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 현재도 비공식적인 라인으로 의료계 분들을 만나 설득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