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은 줄곧 예견돼왔다. 임상에 참여한 의료진을 비롯해 증권가를 넘어 언론, 업계까지 허가 가능성을 높게 쳤다.
국내 1차 단독요법 허가는 그러한 가능성을 점치는 밑바탕이었다. 렉라자는 임상을 통해 단독요법으로서 충분한 효과를 입증했고, 국내에 허가된 후와 급여 적용 후에는 임상현장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때문에 기자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애초 렉라자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이뤄낸 기술수출 성과와 여러 임상데이터 결과를 쌓아나갈 때부터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장기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기반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이어왔다.
이처럼 모두가 박수치고 있는 이 때, 정부와 정치권도 이러한 성과에 진심으로 환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된 항암신약이 가장 크고 그만큼 높은 미국 무대를 밟았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기에 말이다.
그러나 20일 렉라자 FDA 승인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음에도, 수 일이 지나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 국회, 보건복지부까지 어느 곳도 공식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어쩌면 국내 제약업계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도 평가될 수 있는 성과지만, 끝내 이들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
아쉬운 일이다. '해외로 진출하는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지원'이라는 메시지는 수차례를 넘어 부족함 없이 있어왔지만, 정작 조금이나마 그 가능성을 입증한 순간에는 들여 봐주지 않으니 말이다.
정부·정치권 반응을 요하는 것은 렉라자 미 진출을 바라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기술수출'은 분명 성과라 할 수 있지만, 다른 의미론 '기회 양도'다. 국산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 더 나아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부흥기로 이끌 수 있는 기회.
물론, 아직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규모로는 '전 세계에서 흥행을 일으킬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확신할 수 없다. 때문에 기술수출은 현재 이 순간에도 '절대' 필요한 전략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론 '판권을 다른 다국적 업체에 내어주지 않고 우리가 직접 개발해서 팔면 더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 동안에는 떳떳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 '우리가 무슨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야'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도 '한강의 기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시작은 한참 늦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조금씩이나마 한국 제약은 세계 속에 스며들고 있다. 개인적 확신도 조금씩 더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수 조원 가치를 이끌어낼 '국산' 블록버스터. '그 기회를 이제는 우리가 붙잡아 봐도 되지 않을까'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 기회는 정부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어차피 늦더라도 국내 제약·바이오는 분명 전 세계에 이름을 내걸 것이다. 그 시기를 조금이나마 앞당겨 옆에 나란히 설 것인지는 정부 선택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