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 반응에 예상했던 대로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고, 의사를 하기로 한 게 잘 한 선택인지 후회가 된다는 반응을 내보이기도 했다. 중증 분류에 혼란을 겪은 일부 시민은 아픈 아이를 안고 마냥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18일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과 질의응답을 통해 추석연휴 기간 발생했던 응급의료 사례에 대해 말한 후 "응급실이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한다"며 "연휴 전에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과 같은 의료공백으로 인한 큰 불상사나 큰 혼란은 없었다"고 자평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14일 충북 청주에서 25주 임산부가 양수 유출로 병원에 내원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75개 병원의 수용 거부로 신고 접수 6시간 만에 치료를 받았다.
15일에는 광주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광주 소재 의료기관 4곳에서 수용을 거부해 전주로 이송돼 접합수술을 받았다.
16일에는 대전시 거주 68세 남성이 아들과 다투던 중 자신의 배를 부엌칼로 자해해 응급처치 후 17개 병원에 수용 문의 끝에 천안충무병원에 의료진에 인계됐다.
대한정맥통증학회 노환규 회장은 이 같은 조규홍 장관의 브리핑에 대해 개인 SNS를 통해 "정확히 예상했던 대로"라며 "아직 연휴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급했던 듯. 총리의 말이 의료붕괴 차근차근 밀고 나가야...로 들린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2차 병원에서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라고 소개한 A씨는 개인SNS에 "신생아 전문의 혼자 케어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25주 산모 분만을 받을 수 있냐는 연락이 왔을 때 안 된다고 했다"며 "그런데도 다음날 복지부에서 당직의 연락처 내놓으라며 조사왔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갈수록 대한민국 의사를 하기로 한 게 잘 한 선택인지 후회가 된다"면서 일하는 환경과 동기가 훼손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가 응급실을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요청하고 있지만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모는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떠나지도 못한 채 애만 태우는 상황도 발생했다.
일반인인 C씨는 개인SNS를 통해 "아이가 6일째 40도 고열에 해열제, 항생제 처방에도 차도가 없어 동네 의원에 갔더니 폐사진을 찍을 수 없어 엑스레이가 있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라며 의뢰서를 써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문한 상급종합병원 대기실에는 교통사고 휴유증 환자, 골절 환자 등으로 (본인의 아이는) 경증으로 분류된다며 의자도 없이 서 있다. 대기시간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