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전문가들은 GLP-1 제제가 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를 넘어 타 산업 지형을 바꿀 기술이란 전망을 내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기술 협회(CTA)는 올해 주목해야 할 '테크 트렌드(Tech Trends to Watch)' 중 하나로 GLP-1 제제를 선정했다. CTA는 북미 최대 기술무역협회로 매년 CES를 주최하고 있는 기관이다.
CTA는 CES 개최에 맞춰 매년 테크 트렌드를 선정하고 있다. 주로 IT나 모빌리티, 로보틱스 기술을 선정하는데, 기술이 아닌 치료 물질을 선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CTA 멜리사 해리슨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GLP-1을 꼽은 이유로 "GLP-1 제제가 AI보다 경제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 식욕억제를 돕는다.
체내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만큼,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뛰어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면서 최근엔 비만 치료제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실제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벨류에이트(Evaluate)는 올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릴 의약품으로 GLP-1 제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CTA는 GLP-1 제제가 당뇨병·비만 치료 시장을 넘어 원격 의료, 식품, 웨어러블 등 산업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거란 전망이다.
GLP-1 제제가 테크 전시회에서까지 주목받는 까닭엔 '존재감'에 있다.
전 세계 비만 인구는 2022년 기준 약 10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 8명 중 1명에 해당한다. 또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2형 당뇨병 인구는 약 4억6000만명이다. 급기야 2022년에는 세계 당뇨병 유병률이 10%를 넘어설 것이라 추정했다.
이에 GLP-1 제제가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는 2024년 9월 GLP-1 제제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식품인 '바이탈 퍼슈트(Vital Pursuit)'를 출시했다.
미국 식품기업인 콘아그라 브렌즈도 식품에 전 세계 최초로 GLP-1 친화 식품 라벨을 붙인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글로벌 투자은행 JP 모건은 2023년 글로벌 보고서에서 GLP-1 제제 사용으로 연속혈당측정기(CGM) 사용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반면 2030년까지 미국 내 식품 섭취량은 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GLP-1 제제 적응증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노보노디스크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만성신장질환(CKD)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기존 당뇨병 및 비만, 심혈관질환 적응증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또 GLP-1 제제는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와 퇴행성 뇌 질환 치료까지 그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한편 CES 2025에선 GLP-1 제제를 통해 파생될 산업을 조명하는 컨퍼런스 세션도 함께 개최될 예정이다.
8일과 9일(현지시간) CES 2025 컨퍼런스 세션에선 ▲문화와 소비 관점에서 GLP-1 혁명 ▲오젬픽 시대의 개인화된 영양의 미래 등이 열린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관인 하바스 등이 주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