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보유한 대형 블록버스터 제품의 특허만료가 다가오면서 유망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선 것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기점으로 글로벌 빅파마들의 인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 기간 인수합병에 쓴 거래금액만 181억 달러(한화 약 26조원)에 달했다.
최근 3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전후로 이뤄진 인수합병 금액이 ▲2024년 약 39억 달러 ▲2023년 약 27억 달러 ▲2022년 약 19억 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 146억 달러 빅딜 성사시킨 J&J
우선 존슨앤드존슨이 글로벌 빅파마로선 올해 첫 100억 달러(한화 약 14조5000억원) 이상의 '빅딜(Big-Deal)'을 단행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중추신경계(CNS) 질환 전문 신약 개발기업 인트라셀룰러(Intra-Cellular Therapies)을 총 146억 달러(한화 약 21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회사가 보유한 항정신병약 '카플리타(루마테페론)'의 권리를 손에 넣었다.
카플리타는 조현병 및 양극성장애와 관련된 우울증 삽화 치료제로 미국 FDA로부터 승인된 약물이다. 이 약물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4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여기에 존슨앤드존슨은 카플리타의 연간 최대 매출액이 50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요 우울장애(MDD)가 있는 성인 보조 치료제로도 적응증을 확대하는 등 확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트라셀룰러는 지난해 말 카플리타에 대한 추가 신약 신청서(sNDA)를 미국 FDA에 제출한 바 있다.
GSK도 미국 생명공학 기업인 IDRx를 10억 달러(한화 약 1조4500억원)에 인수하면서 M&A 경쟁에 합류했다.
IDRx는 희귀암의 일종인 소화관 간질종양 치료를 위한 새 치료 기전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고도선택적 KIT 유전자 티로신 인산화효소 저해제의 일종인 'IDRX-42'이 그것이다.
위장관기질종양 환자에 대한 치료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설계된 IDRX-42는 1/1b상 임상시험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은 29%였으며, 과거 1차 치료를 받은 환자 ORR은 53%였다.
IDRX-42는 현재 3상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으며 미국에서 신속심사대상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일라이 릴리는 스콜피온 테라퓨틱스(Scorpion Therapeutics)를 최대 25억 달러(한화 약 3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스콜피온은 PI3Kα 억제제 후보물질인 'STX-478'을 보유한 회사다. STX-478은 고형암 14%에서 변이가 나타난 PI3Kα 단백질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이에 STX-478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23%의 ORR을 보이며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릴리는 PI3Kα 변이가 있는 호르몬 양성(HR+)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STX-478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예년과 달리 거래가 활발했던 이유로는 특허 절벽이 꼽힌다. 2026년부터 2029년까지 특허 절벽에 노출된 빅파마들이 많기 때문이다. 각 빅파마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들의 특허만료는 단기적으로 회사 매출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존슨앤드존슨이 146억 달러를 들여 인트라셀룰러를 인수한 까닭도 여기에 기인한다. 자사 블록버스터 약물인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 특허가 지난해 만료되면서 올해 초부터 관련 바이오시밀러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스텔라라는 인터루킨-12·23(IL-12·23) 억제제로 퀘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건선성 관절염, 판상 건선 등 자가면역질환에 쓰인다. 스텔라라의 글로벌 연매출 규모는 2023년 기준 약108억6000만 달러(한화 약 15조7000억원)로 글로벌 의약품 매출 9위를 기록 중이다.
또 올해 특허 절벽에 직면한 블록버스터 의약품만 해도 10품목에 달하는 상황.
다발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를 비롯한 만성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발사르탄나트륨염)', 항혈전제 '자렐토(리바록사반)',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데노수맙)'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추세는 해가 갈수록 더욱 가속화된다. 2027년 2형 당뇨병 치료제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에 이어 2028년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옵디보(니볼루맙)'가 특허 절벽에 부딪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