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정갈등에 사직이 장기화되며 전공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지원 방향 설정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선 한계가 분명한 일회성 예산 지원보단 배움의 기회와 안정적 일자리를 원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최근 산하 의사회에 전공의 지원 관련 설문을 요청했다. 지난 9일 대한안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선 전공의 지원과 관련한 설문이 이뤄졌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에 따르면 이번 설문은 기존 전공의 지원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현황과 지원 의사 등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다. 단 기존에 이뤄지던 지원을 통합해 의협이 가져온다거나 일원화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전공의 지원 사업이 산개돼 있어 수요 조사도 어렵고 지원 의사도 각기 다르다. 그동안 해왔던 전공의 사업을 정리해보고 추가로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의미"라며 "이미 하고 있는 것을 변경하겠단 게 아니라 앞으로 더 신경쓰겠다는 의미고, (설문조사가) 잘 진행되면 전보다 손발을 잘 맞추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조심스럽게 전공의 지원 현황 파악에 나선 가운데, 전공의들 사이에선 금전적 지원보다 '배움과 일자리'란 수요가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A 사직 전공의는 일회성 예산 지원보단 안정적 일자리가 전공의 니즈에 부합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태 초반엔 금전적 지원도 유용했지만, 장기화되면서 불안감이 커져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고 싶은 수요가 높다는 설명이다.

의협이 예산으로 직접적 지원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전공의를 지원하는 방식은 예산 한계에 의문을 나타냈고, 일부를 지원한다면 정말 사정이 어려운 전공의를 걸러내기 어려운 데다 지원 기준을 두고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배 의사 입장에선 안갯속인 사태가 해결될 경우 전공의 복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채용에 현실적 고민이 많을 것이란 점도 언급했다. 따라서 의협이 이에 대한 절충안을 모색해주길 바란다는 요청이다.

A 사직 전공의는 "사태 초반엔 금전적 지원도 옵션이 될 수 있었겠지만, 현 시점에선 일회성 지원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안정적 일자리 구직에 니즈가 높지만, 채용하는 입장에서도 현실적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이를 절충하는 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B 사직 전공의는 배움에 대한 요구를 언급했다. 전문과별로 일부 전공의들은 구직이 쉽지 않고, 연차별로도 저연차 전공의는 배움이 부족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의협이 대한개원의협의회, 직역의사회 등과 함께 마련한 교육에 대한 참여가 높았던 이유고, 내부 반응도 좋았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의협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진다면 구직이 어려운 전문과와 저연차 전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가 이어지길 바란다는 설명이다.

예산 지원의 경우 지역의사회나 의국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사정이 어려운 전공의를 찾아 지원했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B 사직 전공의는 "바이탈과 출신 전공의들은 요양병원 등 취업 자리가 있는데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과도 있다. 저연차 사직 전공의도 배운 게 없어 많이 힘들다"면서 "이런 부분을 중앙 단체인 의협에서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새 집행부가 예산안을 올리면 전공의 문제에 적극 협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출범한 의협 43대 집행부 예산은 오는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승인받게 된다.

김 의장은 "새 집행부에게는 전공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대의원회도 적극 협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지원 방식은 더 논의해야겠지만 집행부와 소통해 효율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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