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법에 공청회 시작 전부터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의료계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요구가 직접적으로 표출되면서다. 의정갈등 해소 발판 마련이란 입법 목표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법 관련 요구를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 요구는 크게 네 가지다. 그중 한 가지는 신속한 입법 추진이다. 이는 수급추계위법이 사태 해결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국회 입장과도 같다.

문제는 나머지 세 가지 모두 의료계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위원 구성에서 '보건의료 직능단체' 추천 전문가와 '보건의료 수요자' 추천 전문가 비율을 동수로 요구했다.

이는 의료계 입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17일 국회에 의견을 제출하며 의협 추천 위원회만으로 과반 이상이 구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에 발의된 개정안들은 환자 단체 추천 전문가 몫을 두고는 있지만, 과반으로 정한 경우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기존 쟁점과도 맞물린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안을 제외하면 의료계 몫으로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를 함께 두고 있는데, 의협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영적 측면 입장이 반영돼 왜곡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공청회엔 의협 추천 진술인은 물론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병협 김기주 기획부위원장도 진술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위원 구성 측면부터 서로 다른 의견이 제시될 전망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수급추계위 역할과 권한도 의결이 아닌 심의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결정된 사례가 있지만, 제2의 의정갈등과 의료공백 사태 발생이 분명한 행태를 반복하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 역시 의료계와 배치되는 입장이다. 의협의 경우 지난달 17일 국회에 의견을 제출하며 첫 번째로 언급한 사항이 수급추계위 독립성·자율성·전문성 확보다. 정치적 요소 개입 여지를 원천 차단한 독립성과 전문가 중심 논의·결정 구조, 자문기구가 아닌 의결기구 역할 부여로 수급추계위 결정이 그대로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부칙으로 담긴 2026년 의대정원 반영 특례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다른 입장을 밝혔다.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한 논의는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보여 수급추계위원회와 보정심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 조정하자는 주장이다.

민주당 김윤 의원과 강선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수급추계위 결과를 2026년 의대정원에 반영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을 담고 있다. 강 의원안의 경우 '전학년도 증원 규모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 등을 이유로' 조정이 필요하다면 감원할 수 있다는 점도 담았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정원 결정은 교육부 장관과 복지부 장관이 협의해 결정하는 현행 고등교육법 체계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수급추계위와 보정심 심의를 거친 2026년도 의사인력 양성규모를 교육부 장관에게 의견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부 장관은 이를 존중해 결정하는 정도로 수정안을 제시한 상태다. 이는 가장 최근 발의된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안엔 '참고', 서명옥 의원안엔 '존중'으로 반영돼 부칙에 담겼다.

의협은 수급추계위를 통한 과학적 추계를 기반으로 2026년 의대정원 감원 조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며, 이를 위해 특례조항이 반드시 명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수급추계위법이 의대생·전공의 현장 복귀 모멘텀이 되길 바라고 있다. 지난달 복지위 법안소위에선 수급추계위원회 의결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갈등 해소를 생각한다면 의협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의료계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아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에서 모두 의료계와 배치되는 의견이 제시되며 공청회 이후 의료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법안 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지역의사회 한 관계자는 "병협 추천 위원을 의료계 과반 몫에 함께 포함시키는 것도 의료계와 의견이 다른데, 환자 단체도 다른 의견을 내면서 의료계가 동의할 수 있는 개정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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