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오는 7월부터 '지역필수의사제 운영지원 시범사업'이 강원, 경남, 전남, 제주 등 4개 지방자치단체, 17개 의료기관에서 시행된다.

지방자치단체는 각 지역 실정에 맞춰 근무지 의료기관을 정하고, 정착 지원금과 숙소 제공, 연수 지원 등 다양한 정주 여건 마련에도 나섰다. 지역의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한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이 제도가 장기적으로 지역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다. 특히 젊은 의사들, 이른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제도의 설계가 아직 충분치 않아 보인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허정식 원장겸 제주의대 교수는 최근 개최된 의료윤리연구회 온라인 간담회에서 "저도 제주도가 고향은 아니지만 은사님의 요청으로 제주의대에 와서 벌써 26년째 근무하고 있다"며 "돌이켜보면 흐뭇한 점도 많지만 요즘 MZ세대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지역 거주에 선뜻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 "지역에서 일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된다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요원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정식 원장이 이 시범사업을 두고 한 얘기는 아니다.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인재가 지역의 대학에 입학해 이들이 교수로 성장하고 다시 후학을 양성하는 선순환이 지역 안에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지역필수의사제 운영지원 시범사업도 지역에 부족한 의사를 확보하는 목표에만 매몰 되지 말고 거주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허 교수가 말한 것처럼 지역에 거주할 만한 가치와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시범사업이 이제 시작되는 만큼 제도의 미비점을 채워나갈 시간은 있다고 생각된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지역에서의 전문적 성취, 삶의 만족, 가족의 삶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 제도 안에 담겨야 한다.

아울러, 제도의 안착은 제도만으로 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 때 비로소 지역에도 '필수의사제'가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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