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도입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의료 현안을 심층적으로 파악해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한 후 적용하는 방식이 보다 실효성을 가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19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2024 공공의료 현안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국민들도 공공의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 탄핵소추 추진 상황으로, '의료개혁'이 사실상 동력을 상실한 만큼 공공의대 설립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공공의대 설립으로 의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74.3%가 공감을 나타냈다. 또 공공의대 졸업생이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에 대해 87.5%가 찬성했다.
박희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당론법안으로 추진 중인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의대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공공의대법은 ▲공공보건의료대학의 설립 및 운영 근거 마련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등을 둘 수 있도록 해 공공보건의료인력의 체계적인 양성체계 구축 도모 ▲의무복무 부여(10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 ▲ 입학생의 입학금, 수업료, 기숙사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 지원 ▲지역인재 60% 이상 선발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선 공공의대를 따로 설립하는 것도 좋겠지만 기존의 국립대 의대생들에게 전액 학비를 지원하는 방향 등 '공공'이라는 목적에 맞는 개선방안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현 연합회장은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 공공의대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지고 있는 제도다. 유럽은 전체 의과대학이 공공의대다. 학비를 전액 국가가 지원한다. 결국, 공공이라는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시스템을 공공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고, 그것이 공공의대라는 이름으로 표면화된 것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국립대 조차 공공적이지 않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렇다면 교육비를 국가가 좀 더 책임을 져주고 공공의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들을 개선해 주면, 그쪽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공공의대까지 생긴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러한 방안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서 한두 개 정도라도 우선 만들어서 시행해 보는 방향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공공의대 설립 논의가 2018년부터 있어왔던 만큼 반대되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정책을 보완해 실효성을 높여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도입이 아닌 그와 같은 효과를 거두면서도 보다 지역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적합한 방안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시된다.
B의과대학 교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반대 의견도 들어보고 보완해야 더 좋은 법안이 나올 수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해 일부는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 중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직업 선택 및 이동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또 "지역에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 의사 양성을 위해 필수과 선택을 강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를 들어, 30%는 응급의학과, 20%는 외과, 20%는 산부인과 등으로 정원(TO)을 강제할 수 있느냐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료의 문제를 심도 있게 먼저 파악하고 세부적인 대안을 찾는게 우선돼야 한다. 공공의대 도입은 그 이후의 문제다. 예를 들어, 심장이나 뇌혈관 등 시급을 다투는 질환의 문제가 큰지, 만성질환 관리문제가 있는지, 분만 병원이 없는지 등 지역별로,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예를 들어, 의료취약지에 있는 산모에게 예정일 전에 도심 근처 산후조리원 등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등 현실적면서도 세부적인 접근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