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장은 17일 메디파나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지역의료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공보의 제도가 존폐 기로에 섰다고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대공협이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주장을 본격화한 것은 2022년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의무사관후보생 제도에 따라 공보의와 군의관으로 입대했고, 소수만 현역으로 입대했다. 그러다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이 10여년 동안 점진적으로 단축돼 18개월까지 감소한 반면, 공보의 복무기간은 3년으로 수십 년간 변동이 없었다. 이에 따라 의대생 현역 입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현역 입대 추이는 기존에 늘어났을 때에도 100명대에 불과했지만, 공보의들이 느낀 분위기는 달랐다.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에 이탈이 일어나는 상황이었다는 시각이다.
이 회장은 "의료 특성상 문화가 한 번 변해버리면, 다시 원래로 되돌아 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면서 "외부에선 적은 숫자고 이제 막 늘어나기 시작해 특별히 문제될 수치가 아니지 않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부에선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으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기감을 느낀 대공협은 2022년부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23년엔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을 통해 복무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공보의들이 느낀 위기감, 그에 따른 경고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의료사태로 의정갈등이 불거지며 가속도까지 붙었다. 의대생 군 휴학 규모가 2023년 418명에서 지난해 1749명으로 폭등했고, 올해는 1학기 만에 2074명으로 지난해 규모를 뛰어넘었다.
이 회장은 "공보의는 섬이나 교도소처럼 공공성이 강하고 필요하지만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 공백을 메우는데, 이제는 감소가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공협이 공개한 의대생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이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면 공보의·군의관 복무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대공협은 복무기간 단축을 공보의 제도 개선이 아닌 존폐 기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안 처리에 이르는 데는 실패했다. 공익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 등 타 직역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등 결국 공보의 제도개선 논의 시급성이 인정받지 못하면서다.
이 회장은 공보의 문제가 수치로만 드러나고 본격적으로 드러나 와닿지 않는 이유를 의료사태에 빗대 설명했다. 아직 남은 사람들이 버티고 있어 의료체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은 체감하기 어렵지만, 버티는 데 한계가 와 국민이 체감하게 되는 순간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손상이 일어난 이후란 설명이다.
그는 "사실 섬 같은 곳에 근무를 못 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렇게 미적대다가는 취할 스탠스가 뻔하다. 공보의 없으면 군의관을 보낼텐데, 그럼 군의관 처우가 나빠질 거고 군의관 공보의 지원율이 함께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보의 제도 유일한 해법으로 꼽히는 복무기간 단축은 정부와 논의만이 아닌 국회를 통한 병역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대공협은 이날 의료정책연구원 발주를 받아 실시한 연구를 보도자료로 낸 데 이어 국회 예산정책처에도 전달했다. 이를 시작으로 여야 의원과 접촉을 본격화하는 한편 기자회견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당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2023년 법 개정 시도는 실존적 문제로 다가오지 않아 결국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엔 보건복지부도 문제라 생각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위해 공익법무관 등 다른 직역에 대한 복무기간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복지부와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