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RO 기업들은 수익성 측면에서 악화된 반면, 다국적 CRO 기업들은 매출과 수익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8일 나우팜컨설팅 집계 자료를 메디파나뉴스가 재가공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사와 다국적 회사 간 수익성은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 주요 CRO 기업들은 지난해 매출은 4414억원으로 전기(4019억원) 대비 약 9.8%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2023년 영업손실 468억원에서 작년 719억원으로 적자폭을 더 키웠다. 순손실도 2023년 326억원에서 작년 727억원으로 약 400억 가량 늘었다.
반면 다국적 주요 CRO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2935억원으로 전기(2451억원) 대비 약 19.7%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더욱 확대됐다. 2023년 91억원에서 작년 219억원으로 140.6% 증가했다. 순이익은 2023년 87억원에서 작년 234억원으로 150억원 가량 늘었다.
의정 갈등 장기화에도 글로벌 임상시험은 비교적 잘 순항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바이오텍 투자절벽이 꼽힌다. 벤처캐피털 투자 분석 전문기업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에 대한 벤처투자액(VC)은 2021년 3조7358억원을 기점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더욱이 2023년 들어서는 1조496억원으로 3분의1 토막 수준인데, 이러한 기조가 작년에도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작년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액은 1조293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CRO 기업 한 임원은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액이 줄다 보니 해당 기업들이 임상시험을 진행할 현금이 없다"면서 "이러한 여파가 국내 CRO 업체에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임상 교수들이 진료에 매달리다 보니 그 여파가 임상시험에도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 임원은 "국내 CRO 기업 매출 약 절반을 차지하는 국내제약사들의 임상 의뢰도 줄어든 데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환자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국내 CRO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2020년대 초 들어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액이 대거 유입되면서 임상시험이 활발했지만, 이제는 정말 될 것 같은 파이프라인에만 집중 투자한다는 게 최근 트렌드란 이유에서다.
또 다른 국내 CRO 기업 관계자는 "2020년, 2021년부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표방한 바이오벤처가 많이 생기면서 VC 업계의 '묻지마 투자'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에 규모가 작은 CRO 업체도 많이 생겨났지만, 현재 바이오텍 업계 트렌드는 정말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 한 두 가지만 꼽아 임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 보니 비용을 더 집행하더라도 임상시험 노하우가 풍부한 다국적 CRO 기업들에 의뢰를 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CRO 업계도 보다 인프라를 갖춘 상위기업 위주로 재편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