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김상헌 총무이사, 정재원 보험이사.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중증 중심 진료체계로 재편되고 있지만 중증 천식과 아나필락시스 같은 알레르기 질환은 중증 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해 환자치료와 전공의 수련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한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KAAACI) 국제학술대회(Seoul International Congress 2025) 기자간담회에서 학회 임원진들은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김상헌 총무이사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중증 질환을 상종에서 진료하고 경증은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도록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증분류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망률이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증 천식이나 중증 약물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등이 일반 알레르기질환과 그룹핑돼 중증 전문 질환으로 지정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중증 알레르기 질환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어 학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개선 요청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원 보험이사도 중증도 분류체계에 대해 첨언하며 "당뇨 등 일부 몇 개 질환에 대해서는 기존에는 일반 질환군으로 분류돼 있었지만 합병증을 동반하는 등의 경우에는 중증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천식은 아직 이러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천식은 연령차나 증상의 경중에 관계없이 모두 일반 질병군으로 분류돼 있다"고 말했다.

중증 질환으로 인정되지 못하면서 의료 자원 배분에서 알레르기 진료과가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정재원 보험이사는 "병원 운영자나 정부의 평가체계가 암, 심장질환 등 전문 중증 질환에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어 천식처럼 일반 질병군에 속한 질환은 입원 병실 확보도 어렵고 의료인력 보강도 쉽지 않아 점점 위축될 수 있다"라고 했다.

간담회에서는 상종의 중증 질환 중심 재편이 전공의 교육에도 불균형을 가속화시킬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상헌 총무이사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으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전공의 수련이다. 많은 병원에 소위 메이저 과들은 있지만 알레르기 내과가 있는 병원은 드물다. 이에 내과 수련병원은 알레르기 전문의에 의한 교육을 필수요건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원 보험이사는 "전공의 수련은 대부분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한다. 하지만 알레르기 및 천식환자는 외래에서 주로 보는 경우가 많고 입원이나 중환자는 많지 않다. 이러한 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점점 더 전공의 교육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왼쪽부터)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권재우 홍보이사, 정재원 보험이사, 장안수 이사장, 김상헌 총무이사, 김세훈 학술이사. 사진=김원정 기자
◆ 중증 알레르기 질환의 분류 및 코드 신설 필요성 제기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우리나라 천식 사망 통계가 질병의 실제 중증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드 체계상 중증 천식이 별도로 구분되지 않아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확한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회 임원진은 중증 아토피 피부염처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중증 천식 전용 질병 코드를 신설하고 이를 바탕으로 역학조사를 통해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재원 보험이사는 "우리나라 사망 통계는 KCD 코드 기준이기 때문에 천식의 중증도가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서 현장상황이 심각하다고 해도 KCD 코드로는 천식으로 인한 사망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며 데이터에서는 미미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느끼는 상황은 심각하다고 했다.

이에 "정책단계에서 현장의 심각한 상황이 반영될 때까지 국제적인 질병코드 분류와는 다른 우리나라만의 천식 중증도 질병 코드를 만들어서 이를 공인화하고 환자들이 이 코드를 사용하도록 해 역학조사 등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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