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 유형별 진료비 증가율에 변화가 발생했고, 이를 둘러싼 공급자 간의 입장 차이도 뚜렷해졌다.
특히 '정부 지원금'이 수가 인상에 반영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향후 수가협상에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운영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을 감독하며, 환산지수 계약 시 추가소요재정(밴드) 규모를 결정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연구 결과에 따라 유형별 진료비 증가량 순위가 매겨지면, 이에 따라 추가소요재정(밴드)를 분배하고 최종 환산지수 인상률이 결정된다.
19일 열린 제13기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1차 회의 직후 강도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진료비가 감소한 공급자 유형도 있고, 오히려 증가한 유형도 있다"며 "다른 해와는 달리 유형 간 변화 양상이 뚜렷해 위원들 사이에서도 상황 공유와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구체적인 안건 논의보다는 상황 공유와 방향성 설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13기 위원회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이 모두 포함됐고,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도 새로 합류했다.
수가협상의 핵심 변수인 밴드 규모는 9명으로 구성된 재정소위에서 결정한다. 이 소위원회는 양대 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강도태 위원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협상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정부 지원금'에 대해 공급자 측의 의견은 엇갈린다.
2026년도 수가협상은 전공의 집단이탈로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병원계 피해가 컸기 때문에, 이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의원급 유형 수가협상을 맡은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병원계의 피해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지원책을 통해 사실상 회복이 완료됐다고 주장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박근태 회장은 "지난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해 병원급 진료비는 떨어졌고, 의원급은 다소 증가했다"며 "이는 상급종합병원이 진료를 축소하면서 환자들이 종합병원과 개원가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피해 보상 명목으로 비상지원금을 투입했고, 데이터상으로 보면 올해 1~2월쯤이면 병원계 진료량은 거의 원상 회복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수가협상단장은 이와는 다른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지원금은 대부분 병원 내 의료인 인건비 확보에 사용됐고, 의료인 이탈을 막기 위한 긴급 대응이었다"며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병원계가 재정적으로 이득을 본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 단장은 "선지급금 역시 손실 보전이 아니라 환수 전제의 일시적 자금 지원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도 "지원금을 바라보는 시각 차는 위원회 내에서도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기존에도 다양한 시범사업과 정부 지원금이 있었지만 지난해 사태는 예외적 상황"이라며 "수가체계 개편이나 대안적 지불제도 설계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지원금의 절대액이 크지 않더라도 향후 지불제도나 정책 가산 등의 변화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포함 여부에 따른 수가 영향 자료도 확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해당 사안은 이번 협상에 즉시 반영하기에는 논의 시간이 부족해, 수가협상 이후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