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사망자에게도 보험료를 전액 부과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행태에 대해 대한내과의사회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내과의사회는 22일 성명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망한 가입자에게 사망일 이후의 보험료까지 전액 부과하고 있다는 최근 언론 보도에 깊은 분노와 우려를 표한다"며 "이는 행정 편의를 앞세워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비상식적이고 비인도적인 처사"라고 일갈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69조에 따르면 보험료는 '월 단위'로 부과되며, 가입자가 해당 월 중 하루라도 생존했다면 그 달 보험료를 전액 납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월 초에 사망한 가입자의 경우에도 한 달 치 보험료를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내과의사회의 지적이다.

의사회는 "고인을 떠나보낸 슬픔과 상실감이 가시기도 전에 유족들은 고인의 이름으로 날아온 보험료 고지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는 명백히 유족에게 경제적·심리적 이중고를 지우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사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한 해 동안 사망자 약 30만명에게 총 22억 5000만원의 보험료를 징수한 사실은 국민 감정을 거스르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공단 측은 일할 계산 방식이 행정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에 대해 의사회는 "행정 편의를 국민의 기본권 위에 둔 태도는 공공기관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함께 대한내과의사회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적정진료'라는 모호한 개념을 내세워 의료현장을 압박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의사회는 "공단은 본연의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의료인을 상대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공공제도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2015년 이후 사망 시 지급되던 장제비까지 폐지된 상황에서 보험료는 여전히 전액 부과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만드는 모순된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이날 성명에서 ▲ 사망자에 대한 보험료 '일할 계산' 방식 즉각 도입 ▲ 행정 편의가 아닌 국민 기본권을 우선하는 제도 개혁 ▲ 장제비 폐지로 줄어든 유족 지원 대책 마련 등 세 가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의사회는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공제도"라며 "그 공공성이 무너질 때 국민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형평성과 정의에 기초한 제도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권익 보호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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