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없이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PA)를 중심으로 진료체계를 전환할 경우 진료 비용이 의정갈등 이전보다 약 10~15%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그동안 낮은 인건비로 근무했던 전공의 중심의 구조가 재편되면서 발생하는 변화로, 상급종합병원의 '비용 효율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22일 의원회관 제2간담회 '미래 보건의료 방향과 과제 전문가 연속 간담회(2차)'에서 정재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초고령사회의 의료와 돌봄의 지속가능성 : 전달체계의 효율성 기반 개반'을 발제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행사는 국회입법조사처 주최로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연속 간담회로 지난 14일 1차 간담회가 진행됐으며 오는 29일과 내달 12일에 3, 4차 간담회가 개최된다.

정재훈 교수는 "그동안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은 자주 지적됐지만 데이터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오히려 가장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이다. 그런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단위 수가는 같지만 종별 가산과 시설·인건비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중증도 환자를 수술했다고 가정하면 상급종합병원이 종합병원보다 비용에서 약 8%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는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조교수, 부교수 등의 인건비가 타 기관에 비해 낮았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전공의 사직 사태와 같은 의정갈등으로 이 같은 구조는 유지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이제는 전공의에 의존해 상급종합병원의 효율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상급종합병원도 전문의와 PA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경우 진료비가 약 10%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전문의가 한정된 상황에서 인력 확보를 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최대 15%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이 더 이상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 주체로 기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의정갈등 이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기능 대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의정갈등 이후 갑상선암 수술건수의 경우 상종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종합병원에서 건수가 늘어났다. 담낭암 수술의 경우에는 의정 갈등 당시 상종에서는 절반 정도로 줄고 종합병원에서는 2배 정도로 늘면서 상종과 종합병원의 기능 대체가 이뤄진 영역들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 수술이나 뇌동맥류 수술의 경우, 종합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의 수요를 대체하지 못해 상급종합병원이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의료기관이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른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의정갈등 초기에는 수술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약 5개월 후부터 PA 채용, 전문의 확보, 당직 조정 등을 통해 수술 건수가 회복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데이터에서는 수술 생산성이 의정갈등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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