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마지막 변론을 통해 공단의 직접 손해배상 청구권을 포함한 종합 입장을 강력히 밝혔다. 이번 변론은 22일 오후 4시 서울고등법원 379호 법정에서 열린 제12차 변론기일에서 진행됐다.
공단은 담배회사들이 수십 년간 흡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며 소비자를 기만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는 사실을 재차 지적했다. 특히 흡연중독의 피해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돌리는 담배회사의 주장은 국민을 두 번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공단은 소송 대상 암종을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으로 한정하고 흡연기간 30년 이상 및 20갑년 이상의 고도 흡연자만을 엄격히 선별한 만큼, 흡연과 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는 의학적 진실과 국민 상식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공단의 직접 손해배상 청구권'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공단은 국민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재정이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으며,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요양급여가 발생한 것은 공단의 명백한 재산상 손해이자 법익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적 근거도 제시됐다. 공단은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대한폐암학회 및 호흡기내과 전문의 의견서 ▲한국중독정신의학회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견서 ▲대한금연학회의 담배중독 감정서 및 흡연경험 심층사례 분석 결과 ▲공단 내부 연구자료 등 총 22건의 증거를 추가로 제출했다.
담배중독 감정은 소송 대상 생존자 13명 중 기억력이 양호한 1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이들 전원이 '중등도 이상의 담배 중독 상태'로 확인됐다. 감정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파게스트롬 테스트(Fagerstrom Test)'가 활용됐다.
정기석 이사장은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해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에 대한 수많은 의학계 의견과 국민의 진심 어린 호소를 더 이상 재판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어디에서도 구제받지 못하는 흡연 피해자들의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이사장은 피고 측이 변론 과정에서 제출한 일부 국내 의료인의 의견서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강한 역학적 관련성이 있더라도 폐암의 원인이 흡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거나 "자기통제 실패라는 측면에서는 담배보다 SNS가 더 중독성이 크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같은 의료인으로서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비윤리적 행위에 참담한 심경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이 싸움은 공단만의 싸움이 아니다. 담배회사의 책임을 끝까지 묻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4월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국내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약 53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