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을 통해 정유석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가 실시간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캡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1년 넘게 이어진 의정갈등으로 인해 의과대학 교육 현장이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학번을 달리하는 학생들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더블링' 상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가운데 내년 신입생까지 더해지면 '트리플링' 마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학생들의 대규모 수업 거부 등이 겹치면서 의학교육 전반이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이번 사태를 초래한 정부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진정성 있는 사과, 합리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일 열린 의료윤리연구회에서 정유석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2024 의정사태와 한국 의료의 미래', '의료대란, 24가 00에게 묻다'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유석 교수는 "2024년 의료대란의 최우선 투쟁 목표는 과학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2000명 의대정원 확대 정책의 백지화였다"며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내세우며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였지만 이는 마치 깨진 항아리를 때우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물을 붓는 것과 같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방식은 의료생태계 전체를 망가뜨려 국민 모두의 손해가 될 것이기에 이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것"이라며 투쟁의 명분에 대해 짚었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으로 인해 의학교육 현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교육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단국대 의과대학의 경우 현재 2024학번과 2025학번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더블링'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두 학번 학생들이 동시 수업을 거부하면서 학교 측은 두 개 학번을 6년간 각각 따로 운영해야 하는 '투트랙' 체제에 직면하게 됐다.

정 교수는 이러한 방식의 경우 교육의 질은 물론 행정적 혼란도 커질 수밖에 없어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여기에 더해 내년 신입생까지 합류하게 되면 '트리플링' 상황이 발생하게 돼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멈추는 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의학교육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 역시 심각하게 저조한 상황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현재 단국대 의대에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수업에 참여하는 전체 학생수는 20명 남짓에 불과하며, 이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라고 했다.

이 가운데 2명의 학생이 지난달 19일 앞으로 함께할 동기들과의 관계 등 여러 고민 끝에 수업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수업에 참여하고 있던 학생들도 수업거부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짚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정 교수는 의학교육 현장의 위기상황뿐만 아니라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시스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의대정원 증원정책으로 인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간호사에게 의사의 역할을 일부 맡기는 방식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공의는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피교육자이자 면허를 지닌 신참 의사다. 그들이 수련과정에서 의료인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대생이 학교를 등지고 전공의들이 병원을 사직하면서 투쟁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은 감정은 '무력감'이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지금 교실에는 학생들이 보이지 않고 병원에는 전공의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 속에서 사직한 교수들도 있었고 당직을 서며 힘겹게 환자를 봤던 교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교수들이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점은 계속 마음에 남는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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