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계명의대 흉부외과 김재범 교수,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 한동우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이혜주 대한의사협회 국제이사.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이달 21일 간호법 시행에 따라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전공의가 주로 수행해 왔던 일부 업무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시각과 전공의 수련기회를 축소하고 의료질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13일 플렌티컨벤션에서 개최된 '2025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제6세션에서 진행된 '간호법 시행과 전공의 학습권' 패널토의에서 이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첫 토의 패널인 계명의대 흉부외과 김재범 교수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흉부외과 규모를 가지고 있다"며 "그런데 전공의가 들어올 때도 있었고 없을 때도 있었다. 전공의가 없을 때는 간호사들이 전공의 업무를 일부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서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간호사들이 원해서 진료지원업무에 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인력 이탈에 대해서도 짚었다. 김 교수는 "오래 견디는 간호사들도 있지만 한두 달만에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관리하는 주체가 누구냐,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전공의 부족 문제로 인해 간호사들에게 과도한 진료지원업무가 전가될 경우 의료현장 혼란과 간호사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간호사 업무역할을 제대로 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관리 주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어진 토의 패널들은 PA 간호사 제도로 인해 전공의 학습권 침해를 우려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공의 수련을 우선하는 제도 시행의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는 "일정 부분 PA 간호사 제도가 전공의 학습권을 구조적으로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수련 우선 원칙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상당한 현장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공의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을 보면 전공의의 근로시간이나 휴식, 수련 등의 환경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교육 주체로서 충분한 진료 기회나 교육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학습권 개념은 규정되지 않았다. 이에 그 부분을 전공의 수련 교육 기본법과 같은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수련병원들도 그 법률이나 규칙에 근거해 전공의 수련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도와 관계없이도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별로 전공의들의 교육 기회 보장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계량화된 지표를 만들고 이 지표들을 수련기관 인증 체제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2025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제6세션에서 진행된 '간호법 시행과 전공의 학습권' 패널토의 전경. 사진=김원정 기자
간호법 시행과 PA 제도는 전공의 수련 기회를 축소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동우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는 간호법 시행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을 전공의 수련 기회의 축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정사태 이후에 1년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이미 수련병원 교수들은 PA간호사와 일을 하는 것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PA간호사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면 전공의 수련 기회는 점점 더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전공의가 많이 배우고 경험해야 할 중요한 업무를 PA간호사가 대신해 간다면 우리 의료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전공의들의 역량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PA제도의 법제화는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전공의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PA를 더 많이 채용할 수 있어서 전공의 충원이나 전공의 처우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점점 더 없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전문의 채용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결국 PA 중심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에 현재와 같은 PA 제도의 법제화는 장기적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PA 간호사 도입이 인력충원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필수의료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혜주 대한의사협회 국제이사는 "고난이도 시술이나 수술을 전공의들에게 맡기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PA 간호사 도입은 전공의 교육의 핵심인 직접 경험 기회를 축소시킬 것"이라며 "PA 간호사 교육보다 전공의 교육을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PA 간호사가 단기적인 인력 충원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공의 수련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공의 지원 없이 필수의료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25 메디파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