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지난 윤석열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걱정 없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 이것이 의료개혁을 하는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윤 정부가 추진했던 의료개혁은 의료 격차 해소를 담고 있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격차를 줄이지는 못 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공약집을 통해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살려내겠다"며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 의료 격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인구의 수도권 유출이다. 인구가 줄어든 지역에서는 의료 수요 자체가 감소하면서 병원 등 의료기관이 유지되기 어렵다. 이는 다시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의료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단순히 의료 인프라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지방에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유지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은 필요조건일 뿐 근본적으로는 지역에 사람이 살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경제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경상국립대 정백근 교수는 정부의 투자 방향을 비교하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2047년까지 민간 자본 622조원을 투입하고 정부도 반도체 산업에 2027년까지 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반면, 지방소멸대응기금은 10년간 10조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규모 자체가 비교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지방소재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집중적인 산업 육성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 인구 유입을 견인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 의료 수요를 늘리고 의료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수도권 중심의 투자정책은 지방의 젊은 인구를 흡수하면서 지역 의료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지역 주민들이 수도권과 유사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지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이 지역을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만약 이 같은 지역경제 활성화가 여의치 않다면 공공의료 확대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른 형태의 실질적 대안이 병행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말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공약이 말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예산이라는 실질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역 의료 격차 해소가 진정한 국정 과제라면 그에 걸맞은 정책 의지와 재정 투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디에서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이라는 말은 그저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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