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상급종합병원이 일반병상을 줄이고 중증 진료에 집중하는 '구조전환'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기대대로 의료전달체계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평가 작업이 추진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상급종합병원·병원급 구조전환 지원에 따른 의료전달체계 개선효과 및 진료협력 질 지표 개발' 연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증·응급 중심으로 개편되는 의료공급 구조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진료협력의 질을 환자 중심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 마련에 목적이 있다.
정부는 '새로운 의료 공급·이용체계 확립'을 목표로 의료기관 기능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구조 전환의 핵심은 상급종합병원은 중등증 이하 진료를 줄이고 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하는 것이며, 2차 병원은 중등도 진료와 24시간 필수 기능에 특화하는 방향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일반병상 감축을 포함한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2차 병원은 내년 7월부터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과 필수특화 기능 강화 사업이 예정돼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정책 이행 현황 분석 ▲전달체계 개선 여부에 대한 실증적 평가 ▲진료협력 질 지표 개발 등을 핵심 과제로 삼는다.
연구팀은 의료전달체계의 실질적 개선 여부를 실증 분석하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평가 지표도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적합질환군 비중 등 기존 지표의 효과성을 검토하고, 사업이 기대한 정책 효과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보완 과제도 도출할 예정이다.
우선 심평원은 국내외 의료전달체계 관련 문헌과 제도·법령을 고찰하고, 의료기관·진료과·지역별 환자 이용 현황을 분석해 지원사업의 구조적 변화를 진단한다. 사업계획서와 실제 운영 간 차이도 파악해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진료협력 질 평가는 실무 현장을 반영해 구성된다. 의뢰·회송의 충실도와 상세 소견 여부, 중증도에 맞는 의뢰 환자 선정, 회송 후 건강 결과 등 적정성을 peer review 방식으로 분석하고 진료협력센터의 운영 현황과 의뢰·회송 프로세스도 조사된다.
설문조사와 포커스그룹 인터뷰(FGI)를 통해 환자 경험 기반의 협력 결과 지표도 개발된다. 퇴원 후 관리 등 연속성 지표, 패스트트랙 체계, 접수 지연 사례, 회송 선정 기준 등도 포함된다.
심평원은 이를 바탕으로 평가 지표의 신뢰도·타당도 검증을 거치고,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정책 제언을 마련할 방침이다.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현장 적용에 있어서는 여러 한계를 지적해 왔다.
사업 추진이 전반적으로 빠르게 이뤄지면서 준비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중증 진료 중심 개편이 일부 진료과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중증 질환 분류 기준이 실제 진료 현실과 다소 괴리돼 있다는 점, 지역 병원과의 협력체계가 아직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환자 수용성 저조, 행정력 낭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이러한 우려에 대응하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심평원 의료시스템개선단 관계자는 "이 연구는 지원사업 참여기관에 대한 성과평가지표로 활용될 예정"이라며 "상급종합병원·병원급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실효성 제고와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