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와 국회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신속히 추진 중이나, 의료 현장과 전문가들은 환자의 안전과 의료 전문성을 위한 선결조건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환자의 안전과 의료 전문성 확보를 위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선결조건: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길'에 대한 이슈브리핑에서 김진숙 전문연구원은 "비대면 진료는 반드시 대면 진료의 보조수단으로 명문화돼야 하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결조건들이 법에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02년 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허용한 이래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의 허용을 지속해서 추진해왔고,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2025년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포함됐다.

현재 국회에는 비대면 진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된 상태다. 그런데 가장 구체적인 전진숙 의원안마저도 ▲대면 진료 원칙 미명시 ▲전화 진료 허용 ▲초진 대상 확대 ▲대상 질환의 무제한 ▲법적 책임소재와 국가 지원 규정 미비 등의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의료 현장에서 비대면 진료, 특히 초진의 경우 시진·촉진·청진 등의 기본 진찰이 제한돼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어렵다"며, "소아 대상 초진 비대면 진료에서는 오진과 진료 지연으로 인한 의료사고 사례가 이미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올해 6월 입장문에서 "코로나19 유행 당시 비대면 진료로 24개월 환자가 사망하고, 폐쇄성 후두염 의심 환아가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며 강력한 우려를 표했다.

해외에서도 비대면 진료로 인한 오진, 진단 지연 등으로 사망과 같은 심각한 의료사고가 빈번히 보고되고 있다. 미국 전문배상책임보험제공회사인 CRICO(Controlled Risk Insurance Company)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비대면 진료 관련 소송의 원인의 66%가 오진(초진)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주요 소송 분야는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였으며, 평균 배상액이 약 7억원에 이르는 등 비대면 진료로 인한 법적 분쟁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의 이점뿐만 아니라 명백한 한계와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소아 대상 비대면 진료의 한계와 위험성을 심각하게 보고하고 있다.

이에 김 연구원은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대면 진료의 원칙적 법제화 ▲비대면 진료 정책 수립 및 관리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주도적 참여 ▲의학적 안전성(재진 원칙, 대상 질환 제한, 지역 제한,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 진료 전담 금지) 및 법적 안전성(책임소재 명확화, 불가항력 사고 국가 지원, 비대면 진료 의사 거부권 확보 등)을 법적으로 명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앞서 이러한 대원칙과 선결조건이 반드시 사전 합의돼야만 비대면 진료가 안전하게 정착될 수 있다"며 "안전성 없는 비대면 진료 확대는 의료의 본질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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