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의 복무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수년째 의료계와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복무기간 단축 목소리는 좀처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누적 입영자가 3000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와 국회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며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의료계도 "군의료와 지방의료가 무너질 수 있다"며 복무 단축 입법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행 공보의·군의관의 복무기간은 3년으로, 군사교육 등을 포함하면 37~38개월에 달한다. 반면 일반 병사의 복무기간은 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로 단축됐다. 최대 두 배 이상의 격차가 생기며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고 예비의사들의 외면도 심화됐다.
실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병무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의정갈등이 장기화된 이후 입영을 선택한 의대생은 올해 5월 한 달간 434명에 달했고, 5개월 누적 입대자는 2042명에 이른다. 전체 누적 입영자는 이미 3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통상 한 학년 전체 의대생 수에 해당하는 규모로 대공협은 "제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입대자 급증에 따른 '의사 인력 공백'이다. 복지부는 관련 수치를 통해 2029년 공보의 입영 대상자가 77명, 2030년엔 86명에 그칠 것이라 내다봤다. 매년 수백 명이 필요한 공보의·군의관 정원을 고려하면, 수년 내 공중보건과 군의료 모두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간 대공협은 '병역법', '군인사법', '농어촌특별조치법' 등 관련 법령 개정 필요성을 줄곧 제기해왔으며, 복무기간을 2년으로 단축할 경우 공보의 지원율이 94.7%까지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가로막혀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런데 올해 5월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공보의 및 군의관 복무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내용의 병역법·군인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전환점이 마련됐다. 복지부 역시 국방부에 복무기간을 단계적으로 줄이자는 입장을 공식 건의한 상태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강력하게 목소리를 보탰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지난달 31일 한지아 의원실과 간담회를 열고 개정안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군의관 공보의의 과도한 복무기간을 정상화하는 이번 개정안은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이는 선배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해결해 줘야 할 책무"라고 밝혔다.
최근 의료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현재와 같이 장기간 군복무 유지시 입영대상자인 의대생 전공의의 83.4%가 현역병으로 지원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의사회는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군의료와 지방의료의 붕괴로 이어지는 재앙이 도래할 것이라 분석했다.
한지아 의원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와 군의관과 공보의의 장기복무에 따른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뒤 "군의료와 지역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복무기간 단축 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공협은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국회와 국방부가 지금 당장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국방부는 여전히 확답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공협 이성환 회장은 "국회에서 군복무 단축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보건복지부가 대응 움직임을 보인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지금이라도 입영을 미루고 있는 의대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법안의 조속한 상정과 국방부의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