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비만치료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릴리의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가 국내에 출시되자 기존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공급가를 용량에 따라 최저 10%에서 최고 42%까지 대폭 낮췄다.

덕분에 환자 접근성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개원가에서는 '새로운 비만약 처방 가능'을 내세운 홍보가 이어지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원·약국별 가격 비교표가 공유되며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진료 현장에서는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가벼운 동기로 환자가 몰리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히 살을 빼고자 하는 사람만을 불러들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만 약물치료 적응증은 식약처 기준으로 BMI 30kg/㎡ 이상이거나, BMI 27~30kg/㎡ 미만이면서 고혈압·당뇨병 등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다. 비만진료지침은 BMI 25kg/㎡ 이상에서 비약물치료로 체중 감량에 실패했을 때 약물치료를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비만치료제는 누구에게나 쓰일 수 있는 약이 아니다. 하지만 약가 인하와 열풍 속에서 동반질환 환자들까지 합류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약제는 GLP-1 계열이다. 위고비는 주 1회 주사로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지만, 구역감·구토·설사 등 위장관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췌장염, 급성신장손상, 담낭질환 같은 중증 이상반응 사례도 보고돼 주의가 필요하다.

마운자로 역시 GLP-1과 GIP 이중작용제로 임상에서 강력한 체중감량 효과가 입증됐으나, 대표적 부작용은 마찬가지로 소화기 증상이다.

접근성이 커진 만큼, 효과와 부작용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신질환 동반 환자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K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항정신병제나 항우울제, 기분조절제 등은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펜터민 등 교감신경 유사약제는 정신 질환 병력 환자에서 악화 가능성이 있으므로 저용량에서 시작해 점진적 증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토피라메이트는 자살 충동 유발 위험성이 있으므로 관련 병력 환자에서 사용시 정기적인 정신 상태 평가가 필요하며, 부프로피온/날트렉손 복합제 사용시 불면증, 신경과민 등이 증가할 수 있다. 삭센다가 최근 정신질환 약물 복용자에서 많이 사용됐고 우울 증상 개선 효과가 있다는 일부 보고는 있으나, 정신질환자 관련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더 큰 효과를 바라는 환자 중에는 약물 병용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재 승인된 조합은 펜터민+토피라메이트(큐시미아), 날트렉손+부프로피온(콘트라브)뿐이며, 이외 개별 약제 병용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비만치료제 열풍이 무분별한 처방으로 이어질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결국 답은 생활습관 개선으로 돌아온다.

A교수는 "비만치료제는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일 뿐이며, 식사 조절과 운동, 행동 교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물 중단 후 요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환자가 치료 기간 동안 올바른 생활습관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비만약은 상품이 아니라 진료의 일부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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