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와 복지부, 의료계에 따르면, 약 5년 6개월간 시범사업으로 운영된 비대면 진료가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제도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제기해 온 반대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원내부대표는 전날 진행된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며 "의료계와 합의했던 4대 원칙, 즉 대면진료 원칙하에 비대면 진료는 보조수단으로, 재진 환자 중심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전문기관 금지를 지키면서 의료계와 환자, 소비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의료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는 국민의힘 최보윤·우재준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진숙·권칠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됐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심사에서 여러 의원들이 민간 플랫폼의 규제 필요성과 약 배달 유지 여부, 각 직능단체와 관련 단체의 의견 수렴 정도 등을 문제 삼았다. 또한 민간 플랫폼 사업자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공공이 공통 부분을 담당하도록 해 중복투자를 막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공적전자처방제도를 시행할 경우 민간이 아닌 공공 플랫폼에 비대면진료를 탑재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면서 보다 깊은 검토를 위해 계속 심사가 결정됐다.
복지부는 이날 수정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발의된 4건의 개정안은 일부 차이가 있다. 이를 조정해 하나의 대안으로 마련하겠다"며 "대한의사협회와 시민단체 등 반대 의견을 제시한 단체들과도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가 2020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의료기관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 번이라도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의료기관은 약 2만3000곳, 이용 환자는 약 492만명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건수는 약 20만건이며 주요 상병은 고혈압, 당뇨병, 감기, 비염 등 만성질환과 경증 위주였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섬·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의 접근성 강화와 만성질환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비대면 진료 허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뇨나 고혈압 환자의 경우 반복 처방이 많아 대면 진료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의료취약지, 인구소멸지역에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다면 편의성 제고와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비대면 진료 시스템의 안정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반대보다는 위험성을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대면진료 원칙과 보조수단 활용 ▲재진환자 중심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 전담기관 금지 등 4대 원칙을 지켜야 하며, 여기에 더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플랫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근태 대한의사협회 대면진료 및 전자처방전 대응 TF 위원장은 "비대면 진료는 불완전한 진료로 환자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제도화를 추진하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이미 존재하지만 제도화가 되면 난립할 수 있다. 플랫폼에는 민감한 건강정보가 담겨 있어 관리가 미흡하면 사회적 파장이 클 수 있다"며 "인증제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