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목표로 '2025년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 시행을 발표했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병원 내부 합의와 구체적 대책 없이 재정 지원에만 의존할 경우, 수련의 질적 향상보다는 내부 갈등을 키우고 형식적 운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에 35개 상급종합병원과 25개 종합병원을 합쳐 총 60개 수련병원이 선정돼 본격적인 수련환경 혁신을 시작한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해 수련교육의 질 제고 및 역량있는 전문의 양성기반 마련을 목표로 올해 추경 예산 1175억원이 집행된다.

이 사업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흉부외과·신경과·신경외과 등 8개 전문과목과 인턴을 수련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수련체계 구축을 지원한다. 참여병원에는 지도전문의별 역할 부여와 수련업무 증가에 따른 지도전문의 수당, 원내 교육·사례회의·워크숍 등 전공의 교육운영비용 등을 이달부터 지원한다. 세부 사업인 '수련시설 개선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에는 전공의 학습실·휴게실 개보수, 술기 실습 기자재·장비 확충 등 수련 기반 구축 비용도 지원된다.

전공의들은 사업 대상과 방식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실질적 개선 효과로 이어질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인턴 수련의 특성과 교수진 업무 구조를 고려할 때 단순 예산 지원보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구체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정정일 대변인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내실화를 위한 정부 지원 확대와 수련시설 확충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수련환경 혁신 지원사업은 인턴과 정부지정 필수과목 8개로 제한돼 있다. 예산이 한정적이겠지만 정부지정 필수과목에만 한정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인턴은 대부분 진료보다는 반복적인 술기와 잡무에 근무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레지던트 수련보다 표준화와 개선이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도전문의 지정과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예산이 효과적일지 의문이며, 오히려 술기 시뮬레이션 모형 구비나 외부 연수 교육비 지원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의과대학 교수는 진료·연구·교육을 병행하고 있어 교육 시간을 늘리려면 진료나 연구 시간을 줄여야 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단순 지도전문의 수당 지원보다 전문의 채용을 확대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필요하지만 병원과 교수진이 스스로 수련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제도적 합의를 도출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수도권 수련병원 A교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계기로 전공의 규모가 일정 수준 회복됐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전공의들이 수긍할만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업을 통해 재정지원 등이 이뤄지는 점은 다행스럽지만, 수련환경 변화를 위해서는 내부 합의와 설득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즉 지도전문의가 단순히 교육 비중 확대를 넘어 질적으로 향상시키려는 의지와 병원이 이에 대한 지원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현장에서 충분히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그동안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해 왔고, 이에 정부가 이번 사업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업이 진행돼 예산이 집행된 후에도 현장에서 가시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노력했다'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전공의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만 이뤄지고 병원과 교수진은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남아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25 메디파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