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상당히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선도 물질(오시머티닙)이 FDA 허가를 받고 시장에 출시됐는데, 왜 지금 치료 시장에 뛰어드느냐. 어떤 분들은 이건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사장이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코넥트 임상시험 국제 콘퍼런스(KIC)’에 기조강연을 맡아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성공 비화를 공개했다.
김 사장은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로 재직한 인물로, 암 연구 및 치료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의 석학으로 꼽힌다. 그는 렉라자 임상 등을 수행하다 2023년 3월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사장으로 합류했다.
그에 따르면 렉라자 글로벌 성공은 유한양행의 '도전 정신'에 있었다. 수년이나 뒤쳐졌던 선도 제품과 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적극적인 R&D 투자였다.
유한양행이 제노스코로부터 후보물질에 불과했던 레이저티닙을 기술 도입(라이선스 인)했던 시기는 2015년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유한양행과 렉라자의 실패를 예상했다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이미 같은해 미국 FDA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어 회사는 2018년 존슨앤드존슨(J&J)과 레이저티닙 기술수출(라이센싱 아웃) 논의를 시작했음에도, 사람들은 의구심을 가졌다고 했다. 같은해 오시머티닙은 FDA에서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선도 물질이 저렇게 치고 나가는데, 언제 임상을 해서 따라잡을 거냐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한양행과 J&J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바로 병용요법 임상 전략을 통해서다.
김 사장은 "우리는 J&J와 병용요법을 통해 선두 주자를 극복해보자는 전략을 취했다. 또 임상에서 나타나는 3세대 TKI 치료제들의 부작용들을 타깃하는 3상 임상을 동시에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2020년부터 유한양행과 J&J는 동시다발적으로 총 5개의 렉라자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치료제로서 렉라자-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MARIPOSA 연구다.
또 김 사장은 "유한양행은 2021년 렉라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폐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자마자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25개나 진행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환자 2700명에게 렉라자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임상의들에게도 관련 경험을 제공했다.
그 결과 지금은 글로벌이 인정하는 폐암치료제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3월 유럽폐암학회 연례학술대회(ELCC 2025)에선 MARIPOSA 연구의 최종 전체생존(OS)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글로벌 표준요법으로 우뚝 섰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장기 생존 데이터가 나오면서 NCCN 가이드라인 카테고리1으로 올라가게 됐다"며 "또 조만간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 제형이 승인되면 환자 편의성도 증가할 뿐만 아니라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올릴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J&J는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만으로 2027년엔 약 50억달러(한화 약7조원)가까운 연매출을 올릴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