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 법률안 64건을 상정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수술 뿐 아니라 약물에 의한 인공임신중지도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건강보험 급여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난달 전체회의에 상정된 민주당 남인순 의원안 역시 약물에 의한 인공임신중지 근거와 급여 적용이 골자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임신 중절 약물 도입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그간 업계에선 현대약품이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미프지미소' 품목허가에 수년째 도전 중이다. 2021년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2022년 자진 취하했고, 지난해 12월 재도전에 나선 상황이다.
가격과 허용 주수 등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정확한 매출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업계 일각에선 미프지미소 품목허가가 이뤄질 경우 수 백억원 규모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모자보건법 개정에 따라 지난 수년간 막혔던 제품 허가 관문을 넘게 되면, 현대약품으로선 이같은 시장 추정에 준하는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지난해 회사 매출이 175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숨에 2000억원대로 진입할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모두 개정안 통과나 관련 의약품 심사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국정과제에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포함되며 변곡점을 맞았다는 시각이 나온다. 기존과 같이 소극적 입장을 고수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123대 국정 과제'에선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명시됐다. 이 대통령 공약에선 '성·재생산 건강증진을 위한 공적 의료체계 구축'으로 방향성만 제시됐지만 국정과제에선 '임신중지 법·제도 개선 및 임신중지 약물 도입'으로 구체적 내용이 담긴 것이다.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최근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복지부와 식약처도 향후 대응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이날 공개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입법 취지엔 공감하나 형법에서 낙태죄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인공임신중절을 임신 전 기간에 걸쳐 허용하는 근거가 되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식약처 역시 지난 7월 미프지미소 허가와 관련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허가 심사 착수가 가능한 구조'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적 근거 없인 심사 항목 설정과 평가가 어렵단 이유다.
국정과제 포함으로 관계 부처 입장 변화가 주목되는 가운데, 개정안 심사는 오는 11월 이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 안건은 여야 간사가 합의해 결정하는데, 이달 법안심사소위원회의는 이미 일정과 안건이 확정됐고, 내달엔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어 법안심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위 관계자는 "상임위 일정 상 법안 심사 자체가 빠르게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입장을 선회하더라도 의료계 반발은 이어질 전망이다.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산부인과의사회는 '약물 투여라는 방식의 인공임신 중지는 합병증과 부작용을 동반할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직선제 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부작용과 합병증을 고려해 무분별한 남용을 막기 위한 정부 대응책 마련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