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인환 기자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한국 임상시험이 세계 6위권 승인 건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강국의 입지를 다졌지만, 항암제 중심 성과에 치중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고령화와 만성질환 확산,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 변화에 맞춰 비종양 영역 확대·환자 접근성 강화·규제 유연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쏟아졌다.

23일 서울에서 열린 KIC 2025 'Korea’s Clinical Trials at a Crossroads: Revisiting Strengths, Rethinking Strategies' 세션에서는 글로벌 임상시험 동향과 한국의 강점·약점, 미래 전략을 주제로 전문가 발표와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양시에 IQVIA 아태 메디컬어페어 총괄, 임윤희 한국임상개발협회 회장. 사진=최인환 기자

첫 연사인 양시에(Yang Xie) IQVIA 아태 메디컬어페어 총괄은 최근 5년간 394개의 NAS 신약이 출시됐다고 소개했다.

양 총괄은 이들 신약 중 70% 이상이 항암·면역·신경계·심혈관 분야에서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체중감량 약물 임상 건수는 2014년 대비 5배 증가하며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다.

그는 "대형 제약사의 R&D 지출은 매출 대비 20%를 넘어섰고, 인수합병과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며 "신흥 바이오기업이 직접 신약을 출시하는 사례도 늘어, 한국도 이에 맞는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윤희 한국임상개발협회 회장은 "한국은 2023년 약 740건의 임상시험이 승인되며 글로벌 6위에 올랐지만, 다국가 임상시험에서는 11위로 떨어진다"며 질적 성장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항암제 초기 임상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했지만, 중추신경계·면역·내분비 등 비종양 영역 참여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국내 의료 인프라와 연구자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분야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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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김희진 한양대 신경과 교수는 "국내 치매 임상시험은 늘고 있으나 전체 비중은 낮다"며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비종양 임상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 진단·바이오마커 기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하면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수도권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려 지방·중소병원 환자 90% 이상이 배제되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신수경 GC녹십자 의학본부장은 희귀질환 임상 현장을 전했다. "환자 수가 적어 글로벌 협력이 불가피하다. 초기 임상에서 식약처가 환자 접근을 전향적으로 허용한다면 난이도 높은 임상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유럽처럼 희귀질환 환우회 활동과 유전자 진단 지원이 활성화돼야 환자 모집이 원활하다고 덧붙였다.

임윤희 회장은 "임상시험은 식약처 승인 외에도 10여 개 법률 절차를 병행해야 해 연구보다 행정에 더 많은 리소스를 쏟는다"며 스타트업 지연·연구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PI·CRC 등 연구 인력이 수십 배 늘어난 임상시험 건수만큼 보강되지 않아 데이터 관리 지연이 빈번하다"며 "병원 차원의 인력·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주연 식약처 과장은 "산업계와 소통하며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협력 의지를 밝혔다.

좌장단은 토론을 정리하며 "한국은 빠른 환자 모집·높은 데이터 신뢰도로 항암제 임상에서 세계적 위상을 확보했다"면서도, "비종양 영역 확장 없이는 고령화·만성질환 시대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환자 접근성 강화·규제 유연성·연구인력 지원이 병행돼야 한국이 2030년 글로벌 3위 임상시험 강국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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