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다이소와 일부 영리형 약국의 등장으로 약국이 과도한 마진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져가는 것에 대해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이 1980~1990년대 일반약 가격을 조사, 현재와 비교함으로써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박현진 약준모 회장(약학박사)은 8월 한달간 약대생 20명과 함께 20년간 신문 광고 아카이브 자료를 분석해 일반의약품 가격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1979년부터 1998년까지의 신문 광고 자료를 분석해 의약품 가격 변동을 조사한 결과, 낙센정·파스류·감기약·인사돌 등 다수의 일반의약품은 수십 년 동안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과거 가격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1982년 2장에 1100원이었던 파스류의 가격, 콧물약 역시도 12정에 2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100정 기준 1만8000원에 판매된 훼로바정은 현재 200정 기준 3만원 후반~4만원대로 동일품목의 현재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당시 처음 출시돼 5000원을 받은 비타민씨 1000mg의 경우는 현재에 약국에서 판매되는 비타민의 가격보다도 더 높은 가격이다. 구충제도 1985년 기준 10정에 5500원에 판매돼 오히려 현재 판매되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특히 라니티닌류의 제산제들은 80~90년대 60정 기준 4~5만원대에 판매됐는데, 이는 지금의 판매되는 파모티딘류 제산제들의 몇배가 된다.
은행엽제제의 경우에도 출시당시 100정 기준 5만원대에 저용량이 판매되고 있었으나, 오히려 현재는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금연패치도 유사한 가격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983년에 분양된 개포지구나 반포지구의 아파트는 당시 평당 134만원에 분양됐으나 현재는 평당 7000만원에서~1억원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아파트 가격은 수백 배, 자동차와 생활용품 가격도 수십 배 이상 상승했지만 의약품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1990년대 중후반에도 전반적인 표준 소매가가 급등했는데, 당시에 정착된 의약품 가격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인하됐다.
기본적으로 3000원 중반대에 판매되던 10T, 12T 기준 종합감기약이나 최소 4000원 이상 판매되던 파스류들의 가격 4000원~7000원에 판매되던 연고류들은 3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비슷한 가격 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실제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동일 품목 의약품이 약국보다 더 비싼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의약품은 낮은 수익성 때문에 제약사조차 외면하는 추세"라며 "이익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으로 기업들이 이동하는 현상이 바로 그 증거"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한 "소비자가 약사 상담 없이 쇼핑하듯 약을 고르는 방식이 확산되면, 지역 보건지킴이 역할을 해온 소규모 약국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최근 일부 대형 약국과 이른바 '창고형 약국'의 등장이 기존 약국을 공격하는 여론몰이와 언론플레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어 "만약 물가인상율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의약품의 가격으로 인한 희박한 수익성 때문에 소규모 지역 약국이 쇠퇴하고 대형 약국 중심의 구조로 재편된다면, 결국 이익 극대화를 위해 판매 행위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접근성이 낮은 약국에서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며 의약품을 구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약품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험성이 큰 편의점약 확대가 아니라 응급실이나 달빛병원에 주는 혜택과 유사한 지원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최근 공공심야약국이 낮은 비용으로 국민들에게 큰 효과를 주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무분별한 가격 경쟁을 방지하고, 의약품 오남용 억제 및 약국의 적정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표준소매가제 부활 검토 역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약국의 역할은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안전한 복약지도를 통한 국민 건강 보호에 있다"며 "약국이 폭리를 취한다는 잘못된 프레임이 아니라, 지역 보건지킴이로서의 가치를 강화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