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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일반의약품 활성화포럼 국회 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토론회에는 약계·산업계·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관계자가 참석해 일반의약품 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일반의약품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 없이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의약품으로, 경증 질환 치료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시장 규모가 2000년 4조4567억원에서 지난해 32조8629억원으로 7배 이상 성장하는 동안, OTC 시장 비중은 같은 기간 39.7%(2조5626억원)에서 14.9%(4조2357억원)로 감소했다.
시장 비중은 줄었지만, 고령화와 건강관리, 제약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일반의약품 시장의 기능과 방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동한 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는 '일반의약품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논의' 발제를 통해 "초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라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추세로, OTC 시장이 활성화되면 경증 질환 단계에서의 접근성과 약사 상담이 결합돼 질병을 조기에 대응하고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며 "전문의약품 중심의 진료 비중을 줄이고 OTC 사용을 확대하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OTC 시장 활성화는 제약사가 ETC에서 OTC로 전환하거나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OTC는 안전성이 높지만, 약국 중심의 판매체계를 강화해 복약지도를 통한 올바른 사용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온라인 불법 유통과 과대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표준제조기준 확대 및 주기적 재평가를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동한 부총재가 OTC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산업 성장성을 강조한 데 이어, 현장에서는 소비자 보호와 정보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충우 숙명여대 사회복지대학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무분별한 광고가 오히려 일반의약품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약사가 소비자의 첫 접점이자 복약 안전성의 관문으로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튜브나 SNS 등에서 쏟아지는 약 관련 정보 속에서 약국은 정확한 상담으로 오남용 위험을 줄여야 하며, 소비자단체가 온라인 불법광고를 상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재원 유유제약 개발영업본부장은 "전문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일반의약품은 그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머물러 있다"며 광고 규제가 과도해 소비자가 제품을 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고, 생약제제 성분 홍보나 허가 기준 초과 시험 시 광고 허용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태규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일반의약품은 GMP 의무시설과 까다로운 허가 절차, 광고 제한 등으로 제약사 입장에서 투자 매력이 낮다"며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상시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표준제조기준 확대를 통해 시장 진입 장벽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셀프 메디케이션 확산으로 특정 의약품을 지명해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이럴수록 약사의 복약지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자영 의료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국민이 일반의약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동네 약국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허위·과대광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동시에 영세약국의 안정화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 역시 일반의약품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제도적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희선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은 "정부도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고민을 지속해왔다"며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표준제조기준을 확대해 업계의 개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표준제조기준은 안전성이 확보된 성분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검토·개정하고 있으며, 업계와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정책에 적극 반영해 업계와 소비자단체, 약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좌장인 이의경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회장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국민들의 건강 관리 패러다임이 '셀프케어(Self-care)'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디지털 정보의 홍수와 해외직구를 통한 의약품 유입 등으로 시장 환경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일반의약품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균형 있게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일반의약품 시장이 위축된 배경에는 건강보험제도로 인해 경증 질환도 손쉽게 의료기관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의약품 활성화는 건강보험 정책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인 만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협력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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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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