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보건복지부가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간호계 일각에서는 현실적 우려가 적지 않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통해 근무시간이 단축될 경우 환자 관리 공백 속에서 간호사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병원 규모와 환자 특성 등을 고려한 세부 지침이 미비해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내달 10일까지 입법예고하고, 동시에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행위 목록 고시'를 행정예고했다.

진료지원업무 범위는 ▲환자 평가 및 기록·처방 지원 ▲시술 및 처치 지원 ▲수술 지원 및 체외순환 등 3개 항목으로 나뉘며, 구체적으로는 43개 행위가 규정됐다. 다만 부칙을 통해 의료기관장이 시행일부터 3개월 이내에 기존에 병원에서 수행하던 진료지원업무를 신고하면, 1년 3개월 동안은 고시에 없는 행위도 수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교육기관은 간호사중앙회와 의사중앙회, 의료기관단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공공보건의료 교육훈련센터 등으로 정했다. 비(非)의료기관 교육기관의 경우 현장실습은 간호사가 소속된 의료기관에 위탁해야 한다. 또 보건복지부는 이번 고시의 타당성을 2029년 12월 31일까지 검토해 개선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간호계 일각에서는 규칙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 문제를 우려한다.

최수정 한국전문간호사협회 회장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입법예고안에서 진료지원 행위가 43개로 규정됐지만, 핵심적인 문제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이라며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이 24시간까지 제한될 경우 인계조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기존에 전공의가 하던 업무를 누군가는 대신 맡아야 하고, 이는 진료지원 간호사에게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간 당직에서 전공의가 1차 콜을 받고 전문의가 백업 당직을 선다 해도, 실제 현장에서 1차적 판단은 간호사에게 요구될 수 있다"며 "이번 규칙과 고시에는 이러한 역할과 책임에 대한 규정이 담겨 있지 않다"고 짚었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60시간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주 60시간 근무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전공의 당직 횟수가 1회로 줄고, 한 부서에 최소 7명 이상의 전공의가 있어야 체계가 돌아가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결국 업무 공백은 간호사들이 메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최 회장은 "병원 규모와 환자 특성에 따라 업무 범위를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작은 병원은 단순 업무 위주로, 큰 병원은 보다 복잡한 술기를 포함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현재 고시에 규정된 대부분의 업무는 실제 현장 차이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간호사가 교육을 받더라도 자신이 없는 경우 법적으로는 거부가 가능하지만 고용인 입장에서 이를 거부하기 힘들어, 이로 인해 발생할 의료사고 등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팀 기반 진료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정윤빈 연세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임상조교수는 최근 진행된 간호정책포럼에서 "전공의 수급난과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입원환자 관리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간호사의 역할 확대를 전제로 한 팀 기반 진료체계 도입과 전문 커리어 패스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장의 우려와 제안 등을 고려해 입법예고안에는 내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매 3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최수정 회장은 "유예 기간 동안 현장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제도가 지속가능하려면 간호사들의 책임과 권한, 교육 체계 등이 현실에 맞게 정립돼야 한다. 이에 보완·수정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제도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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