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계가 또다시 붉은선을 그었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부천사무소 앞에서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규탄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법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해당 법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위험천만한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엑스레이는 단순한 촬영 장비가 아니라 방사선을 이용해 인체 내부를 진단하는 고도의 전문 의료기기이며, 해부학·생리학·영상의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임상 경험이 전제돼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면허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의료법 제27조가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한의사는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진료할 수 있는 면허를 가진 직역"이라며 "엑스레이 사용은 명백히 면허체계를 훼손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단언했다.

서영석 의원이 한의사를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책임자'에 포함시키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 판례에서 불법으로 판단된 사안을 입법으로 뒤집으려는 시도"라고 규탄했다.

이어 "법원 판단을 부정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외면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의협은 과거 사례를 상기시켰다. 서영석 의원은 지난 2020년, 제21대 국회에서도 동일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당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한의사의 방사선 안전관리에 관한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결국 해당 법안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의협은 "국민 안전이 직결된 사안을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에 따라 반복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이번 결의문에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즉각 철회 ▲서영석 의원의 공개 사과 ▲국회 차원의 철저한 검토와 의료전문가 단체와의 충분한 협의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조사와 행정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입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려면 특정 직역의 이익이 아니라 과학적·의학적 기준에 근거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진 현장 발언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법안의 위험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서영석 의원이 명절 연휴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의료기기, 특히 방사선 발생장치와 같은 특수한 장비는 철저히 숙련된 의료전문가가 사용하는 것으로, 단지 보편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의사에게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지극히 위험하고 무모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원지방법원 판결에 대한 해석도 바로잡았다. 김 회장은 "이번 판결은 한의사가 성장판 부위를 영상진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난 것일 뿐, 엑스레이 사용을 합법화한 판결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빌미로 한의계가 엑스레이·초음파 등 의과 진단장비 전반으로 권한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국민 안전을 무시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또 "한의대 교과목에 방사선 관련 내용이 있다고 해서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면허체계를 부정하는 사고방식"이라며 "그 논리대로라면 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의 구분이 의미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에게 위해가 되는 잘못된 법안이 다시는 시도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은 결코 정치의 도구가 될 수 없으며, 의료의 원칙은 타협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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