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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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보건복지부의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추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제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며, 절차적 정당성과 정책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31일 성명서를 내고 "보건복지부가 의협과의 협의 없이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빈약한 일차의료 기반마저 위협하는 비민주적 행정 추진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대한의사협회와 학계, 수탁기관 전문가 추천까지 완료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단 한 차례도 가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의체 대신 '검체검사수탁 인증관리위원회'(이하 인증위원회)를 통해 제도개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의사회는 "인증위원회는 수탁기관의 인증과 질 관리만을 담당하는 기구일 뿐,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 정산 구조나 제도 방향을 논의할 공식 협의체가 아니다"라며 "복지부의 이런 절차는 제도개선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결여한 비민주적 행정 처리로, 의협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사안은 이미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거론됐다. 복지부가 협의체를 가동하지 않고 인증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진행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분리청구 제도로 인한 현장 혼선과 환자 불편, 개인정보 유출 위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 역시 필수의료와 일차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복지부가 2023년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결과는 현재 복지부가 추진 중인 분리청구 방식 및 위탁관리료 폐지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검체검사 수가를 일률적으로 분리하거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크며, 위탁·수탁 기관 간 자율 계약과 상호 정산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사회는 "이 같은 연구결과는 복지부의 추진안이 현장 의견과 연구의 취지를 무시한 자의적 해석임을 보여준다"며 "복지부가 연구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왜곡하거나 무시한 방향으로 제도를 강행하는 것은 정책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복지부가 밝힌 분리청구안이 초래할 다섯 가지 부작용으로 ▲ 환자의 이중 결제 및 불편 가중 ▲ 개인정보 노출 위험 ▲ 비급여 검사 정산의 혼선
▲ 의료행위 주체의 책임 소재 불명확 ▲ 청구시스템 운영 혼선 등을 제시했다.

의사회는 "검체검사 위탁관리료 폐지는 단순한 수익 조정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일차의료기관이 국민 건강의 최전선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무리한 제도 변경은 진료 기반을 약화시키고 국민의 필수의료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복지부에 ▲ 의협과 협의 없이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즉각 중단 ▲ 제도개선 협의체의 즉시 가동 및 대한개원의협의회·학계·수탁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정식 협의 절차 마련 ▲ 2023년 복지부 연구용역 결과를 왜곡 없이 존중하고, 연구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 재검토 ▲ 분리청구 강행 대신 채혈 관리료 신설 등 합리적 대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의사회는 "복지부는 의사들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방적 행정을 멈추고, 국민 건강관리 기반이자 일차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타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가정의학과의사회는 국민 건강권과 필수의료의 기반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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