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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3시 보건복지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검체검사 제도개편 강제화 전면 중단 촉구 대표자 궐기대회'에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전국 진료과 의사회 대표와 개원의들이 참석했다. 현장에는 '검체검사 강제화 중단하라', '의정 신뢰 회복하라', '일차의료 말살정책 철회하라'는 구호가 이어졌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검체검사 비용의 위·수탁 분리 청구를 골자로 한 정부 개편안이다. 복지부는 검체검사 시장의 불투명한 거래 구조를 개선하고, 수탁기관의 질 관리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 방안이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환자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검체검사 수탁 비중이 높은 일차의료기관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검사비 분리 청구는 개인정보 유출과 의료공백, 환자 불편을 초래할 개악"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가 의료계의 협의 없이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협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정부는 약속했던 협의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위탁검사관리료 폐지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협하고, 필수의료 체계를 붕괴시키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스스로 발주한 연구용역의 결론조차 외면하고, 의료계를 불공정의 주체로 매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전국 광역시도의사회 대표단도 정부의 제도 추진 방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의료계 내부의 합의 없이 강제 지정화를 추진하고, 일차의료기관을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행정 태도 자체를 짚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 최정섭 대표는 "복지부는 일부 학회의 입장만을 듣고 의협과의 갈등을 부추기며, 의료계 내부 조율이 안 된다며 관망만 하고 있다"며 "진찰부터 채혈, 조직채취, 냉장보관, 결과 해석까지 이어지는 다단계 과정을 무시한 채 위탁관리료를 폐지하고 10% 배분율만 남기는 것은 일차의료의 붕괴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 변화가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 대표는 "환자가 의원에서 10만원에 해결될 일이 2차병원에서는 30만원, 상급종합병원에서는 60만원이 든다"며 "의원 검사는 국민 부담과 건보재정 낭비를 줄이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이번 사안을 '생존의 위기'로 해석했다. 박근태 회장은 "전국의 의사들이 진료실을 떠나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분노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도 의사들은 국민 생명을 지켜왔다. 그러나 정부는 위기 때만 희생을 강요하고, 정책 결정의 순간에는 전문가를 배제한다"며 "검체검사 개편은 일차의료기관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박 회장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방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의협·개원의협의회·각과 의사회가 참여하는 공정한 논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전문가를 배제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세종특별자치시의사회는 이번 사안을 의료정책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봤다.
장선호 회장은 "검체검사 개편뿐 아니라 성분명 처방 강제 입법안, 한의사 X-ray 허용 시도 등 잘못된 정책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며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사회주의적 의료보험의 왜곡된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의료보험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며 "EMR 클라우드, 첨단신약, 신의료기술을 바탕으로 합리적 수가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미래지향적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시흥시의사회 성세용 이사는 정책의 실효성과 의도를 동시에 문제 삼았다.
성 이사는 "정부가 검체검사 개정안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결국 의사 죽이기를 통한 재원 확보"라며 "일차의료를 희생시켜 상급병원 중심으로 재정을 돌리려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혈액검사가 중단되면 질병의 조기 진단이 불가능해지고, 건강보험 재정도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 이사는 "진찰료 140원 인상으로 생색을 내면서 인력·장비·시설·공간 임대료·행정비용에는 보상이 없다"며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보복부', 의사에게 보복하는 부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이 개악안을 강행한다면, 의료계는 생존과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잠시 의료를 멈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의협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의료계를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고, 국민 건강과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진정성 있는 협의에 즉각 임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 경고를 끝내 무시하고 일방적 제도 강행을 지속할 경우, 전국 14만 의사들과 함께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한 전면적인 투쟁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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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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