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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올해 한국릴리의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가 출시되면서 비만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강력한 GLP-1 유사체 기전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의사들은 효과·안전성·편의성의 균형을 중심으로 새로운 치료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의사들은 GLP-1 유사체의 등장이 비만을 단순한 '의지의 문제'에서 '만성질환의 치료 영역'으로 전환시켰다고 평가했다. 의료기관에서 다이어트를 지도하는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최근 개최된 제37회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로엠의원 양동훈 원장은 "GLP-1 유사체는 비만 치료의 새로운 트렌드"라며 "비만을 보다 효과적으로, 그리고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주 1회 주사 요법은 비만 치료의 방향을 새롭게 바꿔줄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부분은 '적합한 환자 선별'이다.
강남에프엠의원 안현지 원장은 "사람마다 GLP-1 유사체에 대한 반응은 다르다. 12주 내 초기 체중의 5% 이상 감량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식욕 변화에 대한 반응도 다양하다"며 "이는 뇌 보상회로 차이, 위장관 반응, 감정적 식욕, 수면부족, 인슐린저항성, 유전적 요인 등 복합적 대사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초기 4주 내 3% 이상 체중 감소는 1년 후 15% 이상 감량을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지표"라며 "이에 반응이 없는 환자라면 약제 변경 등 적극적인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만치료는 단순히 감량으로 끝나지 않는다.
체중감소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근감소를 비롯 장 기능 저하, 탈모, 수면 변화 등 다양한 부작용을 관리하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다.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수준을 넘어, 체중감량 이후의 대사·호르몬 변화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의학적 다이어트'의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치료제 개발 방향에 대한 기대도 높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비만치료의 지형을 바꿔놓았지만, 여전히 비만대사수술(Bariatric Surgery) 수준의 체중감량에는 미치지 못한다. 체중감량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근육 보존, MASH(대사 관련 지방간염) 개선, 부작용 최소화, 환자 순응도 향상 등 새로운 목표가 제시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중작용제(Multi-agonist), 소분자 약물(Small molecule drug), 경구제(Oral formulation), 장기 지속형 제형(Long-acting formulation) 등 차세대 약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노보노디스크는 GLP-1과 아밀린을 결합한 복합제 '아미크레틴(Amycretin)'을 개발 중이며, 내년 임상 3상 진입이 예정돼 있다. 릴리의 저분자 GLP-1 경구제 '오르포글리프론(Orfoglipron)'은 내년 FDA 승인이 기대된다.
국내 출시는 3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장 먼저 주사제에서 경구제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코코네부속의원 이규민 원장은 "차세대 비만치료의 핵심은 다중작용성"이라며 "GLP-1에 GIP, 글루카곤, 아밀린 등 다양한 호르몬을 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체중감량의 '질적 측면'도 강조된다. 단순한 감량이 아니라 근손실을 최소화하고, 동반질환을 함께 개선하는 통합치료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사제의 부담을 줄이는 경구제와 투약 주기를 늘린 장기 지속형 제형은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며 비만치료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규민 원장은 "결국 미래의 비만치료는 '효과'와 '치료의 질', 그리고 '편의성'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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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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