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서울행복내과 원장. 사진=피알봄
이창현 서울행복내과 원장. 사진=피알봄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빨리 가는 것보다 안전하게, 멀리 가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는 숫자가 아니라 건강 위험의 완화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국내 출시 1년이 지나며 일차의료 현장 비만치료 패러다임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량을 넘어 건강 개선 효과를 입증한 치료 옵션이 확보되면서, 단순히 체중보단 치료 목적인 건강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 모습이다.

메디파나뉴스는 최근 이창현 서울행복내과 원장을 만나 위고비 출시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비만치료 현장 변화에 대해 들었다. 이 원장은 대한비만학회 개원이사로, 일차의료 현장에서 비만치료를 이어오고 있는 내과 전문의다.

이 원장은 위고비 출시 이후 가장 큰 변화로 비만을 치료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꼽았다. 기존에는 유효한 옵션이 없어 향정신성의약품에 여러 약제를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부작용에 부작용을 더한 감량은 건강이 아닌 병약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위고비는 단일 약제로 10% 이상 체중감소라는 충분한 효과는 물론, 사망률 개선을 보이면서 비만을 치료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 원장은 "위고비는 SELECT 연구를 통해 당뇨가 없는 비만 환자 주요 심혈관 사건(MACE)을 20% 감소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며 "비만 치료제 역사상 최초로 '체중이 줄면 생존율이 좋아진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 사례로, 비만치료를 미용이 아닌 치료로 인식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설명했다.

국내 출시 이후로도 임상 연구를 통해 대사·염증 질환으로 치료범위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치료적 접근에 근거를 더하는 요소다. 위고비는 STEP 연구 및 SELECT 연구를 통해 대사 및 염증 지표를 호전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최근엔 ESSENCE 연구를 통해 환자 63%에서 비알콜성 지방간염을 호전시켰고 37%에서 섬유화를 개선시켜 지방간염에 대한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원장 역시 진료현장에서 체중감량에 더한 대사질환 회복이나 간수치 개선 사례를 경험하고 있다.

이 원장에 따르면 한 55세 남성 환자는 108.8kg, BMI 34로 내원했다. 당시 체지방률은 36%, 당화혈색소는 7.7%, LDL 콜레스테롤은 192로 높은 상태였다. 위고비를 1년 동안 맞으면서 체중은 93kg까지 감량했고, 당화혈색소는 5.5%로 완전 정상범위로 들어왔다. LDL 콜레스테롤도 120 전후로 유지 중이다.

한 51세 여자 환자는 93.2kg, BMI 35.1로 내원했다. 3제 당뇨약을 사용하면서도 당화혈색소가 7.2%로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상태였다. 위고비를 사용하고 식사조절이 이뤄지면서 체중을 83kg까지 감량했고, 당화혈색소가 감소해 당뇨약과 고지혈증 약을 모두 중단하고 당화혈색소를 5%로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방간과 동반된 간수치 상승을 보이는 환자에서 위고비를 사용한 체중감량으로 수치가 개선된 사례도 있었다. 한 43세 남자 환자는 87Kg, BMI 29.1로 내원했다. 건강검진에선 당뇨전단계인 당화혈색소 6.3%로 진단받았고, 복부초음파 결과 지방간과 AST/ALT 83/56의 간수치 상승이 동반된 상태였다. 위고비를 6개월 정도 사용하면서 당화혈색소는 5.1%, 간수치는 23/13으로 정상범위로 들어와 최근 간 약도 중단했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위고비 효과는 체중변화뿐만 아니라 당뇨, 고지혈, 혈압 등 대사질환 전반의 회복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진료실에서 GLP-1 제제는 단순한 체중감량 뿐 아니라 심장이나 뇌, 간 등 주요장기를 보호하는 치료제라는 메시지를 환자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차의료 현장에서 비만치료를 이어오고 있는 이 원장은 '빨리'보다 '안전하게, 멀리'를 강조한다. 무리하다 부작용을 겪으면 치료를 포기하기도 하고, 무리한 감량은 근육 손실을 불러와 요요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최근 약제는 평균 10% 이상 충분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제 '얼마나 빨리'보다 '어떻게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 '건강해졌는지' 등이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만은 단순한 체중 수치가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지방간·염증 등과 같은 대사적 손상의 누적 결과"라며 "체중 감량의 목표는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건강 위험의 완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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