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바이오헬스의료기기규제과학과 김성민 학과장. 제공=동국대학교
동국대학교 바이오헬스의료기기규제과학과 김성민 학과장. 제공=동국대학교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최근 의료기기 산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재생의료 등 첨단 기술과 융합하며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에 의료기기 제품의 안전성·유효성·품질·성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규제과학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동국대학교 바이오헬스의료기기규제과학과는 이러한 산업 수요에 부응해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하는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에 선정되며 출범했다.

의료기기 분야 학과로는 유일한 수행기관으로, 기술 기반의 규제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도 실무 중심 교육과 연구를 기반으로 전문 인재를 배출하고 있으며, 다학제 교수진과 의료기기 제조업체·컨설팅 기관·법률 자문기관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는 석사∙박사 과정 중심으로 운영되며, 산업계 실무자와 공공기관 전문가, 학계 연구진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융합형 교육체계를 갖추고 있다.

교과과정은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 ▲국내외 규제 동향 ▲의료기기 표준화 ▲AI 기반 평가기술 ▲실사용데이터(RWD·RWE) 기반 근거 창출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학생들은 과목 이수와 더불어 현장 실습 및 실무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이에 대해 김성민 학과장은 "우리 학과는 규제과학 리더를 길러내는 국내 대표 교육기관으로, 설립 초기부터 산업 현장과의 밀접한 연계를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첨단 의료기기의 인허가, 평가, 표준화 등 규제 대응 전반에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규제 역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를 이끌 규제과학 인재가 의료기기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성민 학과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동국대학교 바이오헬스의료기기규제과학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우리 학과는 2022년 식약처의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설립됐다. 국내 대학 가운데 의료기기 분야에 특화된 유일한 규제과학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첨단 의료기기 상용화를 위한 과학적 규제 대응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출범 이후 3년 동안 의료기기 산업체, 식약처, 규제기관, 학계 등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현장 중심의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기술 기반의 규제과학 교육에 중점을 두고, 의료기기의 설계부터 성능 평가, 인허가 절차까지 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기기 산업은 기술과 규제가 동시에 움직이는 산업이다. 단순히 법규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배경 위에서 규제 논리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학과는 공학, 의학, 법학,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의료기기 개발과 평가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실무형 교육 방식을 채택해 학생들이 현장감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의료기기 산업에서 규제과학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들은 종종 제품 개발보다 인허가, 신의료기술, 보험 등 규제 대응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대부분 개발자들이다 보니 기술 개발에는 익숙하지만, 제품 인허가나 임상, 보험 등재 과정에는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품을 개발해도 비즈니스를 제대로 진행하기가 어렵다. 규제에 대응할만한 전문 인력이 없으면 상용화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이는 의료기기 산업계의 또 다른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규제과학 인력 양성은 고급 인력이기 때문에 단기 교육으로 커버할 수가 없다. 규제과학 인력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대학에서 커리큘럼과 이수 체계, 전문적인 강사진들을 갖추고 있는 기관들이 학생들을 일정 기간 트레이닝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업에서 실무 경험도 쌓아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Q. 동국대는 식약처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 중 유일한 의료기기 분야 수행기관이다. 올해 12월, 1단계 사업의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 그간 운영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우리 학과는 2022년 3월 식약처의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행정 절차 등을 거치다 보니 실제 교육 프로그램은 하반기부터 가동됐고, 결과적으로는 약 3년간 사업을 수행해 온 셈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교육과 연구, 인력 양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우선 학생들의 산업체 취업률이 높고, 졸업 후에도 규제나 인허가 관련 실무 분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의료기기 산업계와 협약을 확대해 현재 20여개 기업 및 기관과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현장 실무 중심의 교육과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실제 산업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짧은 기간 안에 학과의 교육 체계가 안정화되고, 규제과학 분야 전문대학원으로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내년부턴 후속사업(2단계)에 들어간다. 1단계 사업과 차별화 될 부분은.

2기 사업에서는 한층 구체적인 방향성을 갖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학부-대학원-산업체로 이어지는 연계형 교육 시스템 강화다.

동국대는 이미 첨단융합대학 내 '의료인공지능공학과'를 신설했는데, 이를 규제과학 교육과 연계해 AI 의료기기 및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인재 양성 트랙을 마련하고 있다. 학부 단계에서부터 기술적 이해를 쌓고, 대학원에서 심화된 규제과학 교육을 받는 구조다.

Q. 현재 대학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산학협력이나 현장 실습 프로그램이 있다면.

설립 초기부터 학과 운영의 방향을 '산업 현장과의 밀착'에 두고 있다. 강사진 구성을 보면 임상을 포함해 실제 현업에서 규제 업무를 맡고 있는 공공기관, 민간 기업, 컨설팅 전문가들이 고르게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학생들은 이론에만 머무르지 않고 산업 현장의 생생한 사례를 중심으로 배울 수 있다. 학생 구성도 다양하다. 산업계에서 근무하다가 전문성을 쌓기 위해 입학한 경우도 있고, 연구소나 공공기관 근무자도 많다. 우리는 이런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장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설계했다.

또 산업체와 공공기관, 병원 등과 협력해 현장 실무 중심의 단기 인턴십과 공동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약 20여개 기업 및 기관과 협약을 맺고 있으며, 학생들은 학기 중 또는 방학 기간에 규제 관련 과제에 직접 참여해 실무를 경험한다.

실습을 마친 학생들 중에는 해당 기관에서 근무를 이어가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학문적 이해뿐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함께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동국대학교 바이오헬스의료기기규제과학과 교육 운영 방향. 제공=동국대학교
동국대학교 바이오헬스의료기기규제과학과 교육 운영 방향. 제공=동국대학교
Q. 현재 학과에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연구 분야가 있다면.

리서치를 통해 연구를 심화하고 있다. 우리 동국대의 장점은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의대를 포함한 종합대학으로서의 강점이다.

영상의학부터 생체계측, 재활, 로봇, 헬스케어 정책 관련 분야까지 다양한 학술 및 연구 활동을 통해 R&D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우리 학과는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 대학 및 연구기관과도 활발한 학술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로선 동국대만의 우수한 교육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Q. 향후 바이오헬스의료기기규제과학과가 지향하는 중장기적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학과가 지향하는 중장기적인 목표는 한마디로 '기술에 기반한 규제과학 인재 양성'이다. 의료기기 산업은 기술과 규제가 함께 발전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기술만 앞서가면 안전성과 신뢰가 흔들리고, 규제가 늦으면 산업이 뒤처질 수 있다.

앞으로는 의료 인공지능(AI), 디지털 헬스케어, 재생의료처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그에 맞는 규제 프레임워크가 반드시 필요해질 것이다. 우리 학과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과학적 사고력과 기술적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도 경쟁력 있는 교육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아시아 규제과학 교육의 중심, 즉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제 협력과 교육 콘텐츠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Q. 규제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나 산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규제과학 대학원의 가장 큰 목표는 결국 의료기기 상용화를 이끌 규제과학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규제과학 분야는 단순한 행정이나 서류 작업이 아니라, 기술과 과학을 모두 이해해야 하는 고급 영역이기 때문에 전문화된 석사급 이상 인재가 필요하다. 이런 인력을 제대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규제 산업은 해마다 커지고 있고, 산업계에서도 규제 대응 인력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규제과학 인력 양성 예산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연간 5억원 예산 수준으로 거의 변함이 없다. 변화하는 산업 현실을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또 산업계 역시 규제 인력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의료기기 산업에서 규제 대응 인력은 개발 인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인력만 필요하다고 할 게 아니라, 그만큼의 가치와 대우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전문 인재가 산업 현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규제과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규제과학은 단순히 법규를 배우는 학문이 아니다. 기술을 이해하고,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규제의 본질을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AI 의료기기를 평가하려면 AI를 이해해야 하듯, 기술적 지식이 기반이 돼야 한다.

꾸준히 공부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의료기기 산업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술과 규제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가 돼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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