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변정훈 대표. 제공=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변정훈 대표. 제공=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바이오·헬스케어 벤처 사업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 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한 기업공개(IPO)다. 대규모 외부 자금 조달뿐만 아니라 기업 인지도, 신뢰 측면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한국거래소가 정한 기술특례 상장심사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외부 전문평가기관을 통한 기술평가와 한국거래소 상장심사 두 가지다. 전체 심사 기간은 기업 내부 상황에 따른 진행 정도에 따라 평균 12개월 이상 소요된다. 

이에 대해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변정훈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기술성 평가를 염두해 두고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IPO 단계까지 왔다면 이미 초기 검증은 받았으니 외부 자금 유치를 통해 빨리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리만의 고유한 스토리와 전략을 갖고 평가기관과 거래소, 시장을 충분히 설득시켜야 한다"며 "평가 시점에 매출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데이터 결과 등 차별화된 성과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10년간 재직하며,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기술성 평가 심사를 맡아온 인물이다. 제약바이오부터 의료기기, 디지털헬스, AI, 소부장까지 20개 이상 기업의 기술성을 평가해왔다.   

메디파나뉴스는 최근 변정훈 대표를 만나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준비 과정과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지난 4월 기술특례상장 전문 컨설팅 기업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를 세우고, 예비 창업자부터 IPO를 준비 중인 기업까지 상장 전략을 컨설팅하고 있다. 

다음은 변정훈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Q. 기술특례상장이 '되는' 기업과 '안 되는' 기업의 차이는 뭔가.

되는 기업 의미가 기술성 평가에 A, BBB 이상을 받고, 상장에 성공한 기업을 의미한다면, 안 되는 기업은 '대표자 기업가 정신'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  

창업 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설립 했는지가 중요하다. 법인 설립 후 시리즈 A, B, C 투자를 받고 IPO까지는 평균 8~10년이 소요된다.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약 30~50명 내외로 구성된 기업이 된 상태에서 드디어 시장에 나와도 되는지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중간 평가인 셈이다. 

즉, 대표자 비전, 철학, 간절함 및 시장을 향한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안 되는 기업의 경우 이러한 요소 중 어느 한 부분은 부재하더라.  

Q. 기업가 정신이 정말 상장 성패를 가르나. 

그렇다. 상장과 관계없이 기업가 정신은 매우 중요하다. 상장까지는 어떻게든 운이 좋아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상장 이후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더욱더 엄격한 시장 감시와 검증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특히 주가로 반영되는 기업의 성과, 즉 매출과 영업이익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비상장 시절보다는 더 큰 의무와 책임이 시장으로부터 부여되는 것이다. 

만약 기업가 정신이 부재하면 기업은 변질되고 어려움에 처한다. 지속가능하지 못한 형태로 버티다가 결국에는 소멸되고 만다. 되는 기업은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는 기업이다. 

또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으면, 어떠한 역경이 찾아와도 시장 환경이나 경영전략, 사람, 기술, 자본에 운칠기삼까지 도와줘 결국에는 해내더라. 우리는 가끔 어떤 사람한테 '뭘 해도 되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Q. 기술성 평가 전 기업이 반드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주요 1차 관문인 기술성 평가를 진행하는 평가기관, 주요 2차 관문인 한국거래소 등에서 요구하는 상장에 요구되는 핏(Fit)을 충분히 달성했는지를 봐야한다. 

평가기관의 경우,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한 '기술의 진행 정도'부터 '제품·서비스의 확장 가능성'까지 18개의 평가지표를 토대로 평가를 진행한다. 각 지표에 대해 어떤 수준의 기업 성과 또는 결과물을 요구하는지 알고 사업화 추진 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물론 각 기업 마다 처한 상황, 사업화 분야, 시장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주위 비슷한 기업은 있겠지만 일률적으로 똑같은 핏은 하나도 없다고 보면 된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셈이다. 

따라서 우리만의 고유한 스토리와 전략을 갖고 사업화를 추진하면서 핏에 들어맞는지, 평가기관, 거래소 및 시장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지를 미리미리 점검해야 한다. 기술성 평가에 통과해도 한국거래소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왕왕 있으므로, 더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Q. 바이오텍 대표들이 늘 고민하는 게 창업 초기부터 IPO 준비를 해야 하느냐다.

바쁘겠지만 창업 초기부터 준비해야 한다. 국내 기술사업화 생태계 상 인수합병(M&A)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IPO를 추진한다. 어차피 IPO를 해야 하는 운명이라면, 창업 극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창업이나 사업화를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시간이 정말 금방 간다. 법인 설립, 정부과제 지원, 투자유치, 인력충원, 연구개발 마일스톤 설정, 경쟁자 현황 상시 분석, 수요자 니즈(Needs) 변화 실시간 파악, 거시경제와 시장환경 변화 대응 등을 하다 보면 어느새 IPO를 준비해야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경우가 많다. 

더 근본적으로 기술성 평가는 법인 설립부터 기술성 평가 받기 전까지 있었던 모든 성과를 기술사업계획서에 작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업이 사업화를 추진하는 동안 그 중에는 자랑스러운 성과도 있겠지만, 감추고 싶은 과오도 있다. 

최대한 실수를 줄이고 최적화된 전략을 수립해 이를 속도감 있게 실행한다면, 기술사업계획서 작성, 발표평가 및 대응 등 6주간 평가기간은 오히려 수월할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창업 초기 셋팅부터 잘못된 경우다. 초반에는 잘 모르다가 결국 사업화 추진 후 약 8~10년이 흘러 기술성 평가 받을 때, 그 문제에 발목이 잡힌 경우도 있다.

내가 강연이나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답답한 경우가 '우리는 아직 극초기여서 상장할 때쯤 문의드리겠다'는 답변을 받을 때다. 그 때면 이미 모든 사업화 마일스톤 및 핏이 결정된 상태인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 BD와 협업을 통해 글로벌 라이선싱 성과가 필요하다', '글로벌 매출 실적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큰 의미가 없다. 되돌릴 수가 없는 너무 늦은 상태인 셈이다. 

따라서 창업 극초기부터 기술성 평가 18개 지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에 맞게 사업화를 준비해 성과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일찍 준비할수록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Q. 헬스케어라도 구체적인 업종에 따라 IPO를 준비하는 전략이 다를 것 같다. 

업종에 따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실현에 얼마나 가까이 왔느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부분이라고 한다면 평가시점에 매출이 거의 없는 경우와 매출이 있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제약바이오는 평가 시점에 매출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평가 대상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데이터 결과나 기술라이선싱 성과, 주요 플랫폼 또는 제품의 공급계약 성과, 서비스 매출 실적, 기타 차별화된 성과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기기나 디지털 헬스케어, AI, 소부장 기업의 경우, 평가 시점에 매출이 있다. 해당 매출이 우연히 단년도만 발생한 것이 아닌 최소 3개년 이상 발생했으며, 상장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기존이나 향후 성과가 글로벌 측면이냐 부분도 평가에 반영된다. 국내 내수시장이 글로벌 시장 전체 비율 중 1~3%에 그친다는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상장 전 성과 예측과 매출 추정에도 불구하고, 상장 후 그렇지 못한 기업이 많다. 이로 인해 기술성 평가 및 거래소 심사가 더욱 엄정해졌다.

Q. 실제로도 제약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 열기가 예전 같지 않아 자금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든 최소 15년을 버터야 한다. 15년이란 숫자는 법인설립해서 IPO까지 걸린 평균 10년에 상장 후 거래소에서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실적을 면제해주는 5년을 더한 기간이다. 

어떻게 보면 긴 세월인데, R&D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바이오산업 특성 상 길다고도 볼 수 없다. 어떤 기업에게는 더 짧을 수 있고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다만 이때까지 어떻게든 투자자 컨택과 정부과제 지원,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시장 및 이해 관계자와 신뢰를 쌓아가며 펀딩해야 한다.

거꾸로 펀딩이 안 되고 있다면, 다른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의 부족한 점을 고민해보고 차별화 된 펀딩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로 우수하다는 가정을 해보고, 기술성 평가 주요 5개 지표로 설명해보겠다. 첫 번째로 경영진 전문성 관점에서 우리 기업 주요 C-level에 스타플레이어가 있는지, 과거 이력에 그 사람의 독보적인 업적(큰 규모 글로벌 기술 라이선싱 등)가 있는지다.

또 후천적으로 다양한 바이오 분야 모임을 만들어 장시간에 걸쳐 모임을 지속적으로 유지·네트워킹·브랜딩을 하면서 인지도 제고 효과를 통한 펀딩 전략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보고 투자한다'는 말이 있듯, 이러한 네트워킹·기술 교류 모임은 창업 전후 좋은 인재를 자산화하며, 자금 유치를 도모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속도를 강조하고 싶다. 한국이 잘하는 게 '빨리 빨리'다. 1~2개 파이프라인에 집중, 빠른 속도로 사업화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것이다. 가령 낮엔 한국본사에서 실험데이터를 만들고, 저녁엔 유럽 지사에서 그 데이터를 이어 받아 후속 연구를 하는 거다. 

세 번째로 주력기술의 차별성이다. 남들이 잘 안하는 적응증이나 모달리티 등에 대한 아주 최소한의 검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것을 갖고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차별성이 부족하거나 최소한의 데이터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까닭이다.

네 번째 사업 모델 수립 수준도 봐야한다. 기술, 플랫폼 및 서비스 등 다른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이 전문성이 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조합으로 창업 초기부터 구성해 최소한의 성과를 갖고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판매처 확보다. 가끔 어떤 기업은 판매처를 미리 확보해 놓고 시작해 창업 초기부터 매출을 발생하거나, 아직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글로벌 라이선싱 성과를 달성한다. 

극초기부터 우리 기술이나 제품 수요자(End User)의 니즈를 명확히 알고 사업화를 추진한다면 투자유치에 수월하다. 아니면 이제라도 국내 및 글로벌로 뛰면서 판매처 확보를 위해 어디든 가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기업이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다른 기업이 더 많은 판매처를 미리 확보해놔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위해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관련 분야 예비 창업자부터 IPO를 준비하는 기업까지 사업화 전략 컨설팅을 진행하는 이유도 이러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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