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수련 기반 없이 시행하는 방식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현재 의료 인프라와 교육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배치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제도 실패를 예고하는 흐름이라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지역의사제 취지에 이견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 거주자에게 균등한 건강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는 전공의들 또한 공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가 지역 의사 강제 배치만으로 달성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대전협은 "지역의사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주하는 지역에 관계없이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건강권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다만 지역의사제를 통해 이를 달성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전공의 수련환경의 부재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짚었다. 전문의 양성 과정에서는 지도전문의 역할과 다양한 환자 경험이 필수이지만, 현재 지역 기반 의료기관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수도권 쏠림, 지역 환자 감소 등 여러 문제들 중 미래 의료를 책임져야 할 젊은 의사들의 시선에서는 현장 전문가들이 항상 지적하는 의료인프라 미비가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를 성장 과정 중인 의료인으로 비유하며, 적절한 교육 기반 없이 인력을 배치하는 정책은 의료 질 하락과 인력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은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에 있는 의사이며, 선배인 지도전문의들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서 무럭무럭 크는 어린 나무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어린 나무는 바람이나 홍수에 취약해 옆에서 튼튼한 나무들이 뿌리내리고 있지 않다면 크게 성장하지 못한다. 숲이 건강해야 나무가 자라듯, 지역의 의료 인프라가 탄탄해야 젊은 의사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전협은 지역의사제 시행에 앞서 충분한 환자군 확보, 지도전문의 확충, 교육 가능한 의료기관 등 필수조건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충분히 다양한 환자군과 환자 수, 그리고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 의사들을 교육할 수 있는 의료기관, 지도전문의가 없다면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현재 정책 추진 방식이 준비되지 않은 시스템 위에 인력을 억지로 배치하는 수준이라며, 이는 의료 인력 양성뿐 아니라 지역 의료의 지속가능성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전협은 "현재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도, 싹을 틔우지도 못한 씨앗들을 일구지도 않은 황무지에 흩뿌리는 것과 다름없다. 오히려 최근 지역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 이탈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정부가 지역의사제 추진 속도를 우선하기보다 수련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고 당부했다.
대전협은 "우리는 아직 미래 의료 인재를 키우기 위한 땅을 충분히 개간하지 못했다. 아무 곳에나 흩뿌린 씨앗이 일부 자랄 수는 있겠지만, 국민 건강을 위한 충분한 과실을 얻고 싶다면 열심히 밭을 일군 이후에 이를 기대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지역의사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련환경 구축과 지도전문의 확충, 지역 수련병원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대전협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수련환경이 선제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의 지도전문의 확충과 핵심 수련병원들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미래 의료의 씨앗들이 성공적으로 싹을 틔우고 튼튼히 뿌리내리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