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가지에 달하는 동시다발적인 의료기기 재인증 신청으로 인한 병목 현상으로 도리어 공급 부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미국 의료산업단체 AdvaMed는 "MDR 유예를 한 EU 이사회의 결정을 환영했지만, 업계는 여전히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AdvaMed는 미국 의료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산업 단체다. 국내로 치면 의료기기 산업 구성원들이 모인 연합체다.
AdvaMed 스콧 휘태커(Scott Whitaker) CEO는 "보다 엄격한 적합성 평가 시스템에 따라 의료기기를 인증하기 위한 이번 연장 계획은 전 세계 환자에게 강력한 진전"이라면서도 "새로운 규정으로의 전환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dvaMed는 인증 연장 문제를 더욱 명확히 해결하고자 유럽 의료기기산업협회인 메드테크 유럽(MedTech Europe)과 협력 중이라 했다.
앞서 EU 이사회는 의료기기 공급 차질을 이유로 지난 7일 의료기기 업체의 인증 기한을 연장하는 규정을 채택한 바 있다.
유예 기간은 장비의 종류에 따라 ▲페이스메이커, 힙 임플란트 등 고위험 장비는 2027년 12월 ▲실린지, 재사용 외과 수술장비 등 중저 위험 장비는 2028년 12월 ▲제3형(Class 3) 주문제작 임플란트 장비 등은 2026년 5월까지 재인증 완료 기간이 연장된다.
문제는 연장 조치에도 불구하고 재인증을 받으려는 의료기기 제조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증 신청에 ‘병목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
MDR 규정에 따라 초음파 장비부터 임플란트, 체외진단기기까지 약 50만 종의 의료기기가 신규 인증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타래는 좀처럼 풀리지 않을 전망. 현지 인증기관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메드테크 유럽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약 85% 기업들은 의료기기 재인증을 발급하지 못했다.
국내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EU 의료기기 재인증을 마친 국내기업은 현재 10% 미만이라는 게 정부와 산업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각 기업들이 재인증을 준비하더라도 때는 늦었다는 말도 나온다.
인증을 담당할 현지 대행사들에 의뢰가 폭증하면서 접수에만 2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MDR 인증까지는 통상 13개월에서 1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소 2025년 3월 인증 대행사에 의뢰를 맡기더라도 임플란트 장비나 고위험 의료기기의 경우 유예 기한을 넘기게 된다.
이에 대해 의료기기 업계 A 관계자는 "현지 인증기관의 신청 작업을 대신해 줄 대행사들의 대기줄만 최소 2년이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2025년에 인증 신청을 한다 치더라도 현지 인증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면 빠듯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