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제이앤피메디 이승미 전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마동희 책임연구원. 사진 = 최성훈 기자
(왼쪽부터) 제이앤피메디 이승미 전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마동희 책임연구원. 사진=최성훈 기자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임상평가보고서(CER)가 유럽 의료기기 규정(MDR) 인증 성패를 가른다는 조언이 나왔다. 규제과학 전문가들은 CER이 과거 단순 임상시험 결과를 요약하는 문서에 그쳤다면, 현재는 '살아있는 문서' 운영이 필수적이란 이유에서다. 

이들은 의료기기 전주기 관점에서 임상 근거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30일 제이앤피메디 이승미 전무는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열린 'AI·로봇 혁신과 글로벌 규제 전략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나서 글로벌 규제 관점에서 CER 작성을 강조했다.
 
MDR이란 2021년 5월부터 발효된 유럽연합(EU)의 법적 규제 체계다. 의료기기 제조사가 EU 내 의료기기 제품 판매에 앞서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성 및 성능 관련 요구사항들을 담은 조항이다. 

따라서 유럽 내 제품 판매를 위해선 고위험 기기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중저위험 기기는 2028년 12월 31일까지 인증 작업을 마쳐야 한다. 

의료기기 허가 개념이므로 인증을 마치지 못한 기기는 유럽 내에서 퇴출된다.  

또 MDR 인증을 위해서는 반드시 CER을 제출해야 한다. CER은 MDR 요구사항에 따라 임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해 의료기기 안전성·성능·임상적 유익성을 입증한 문서를 말한다. 

하지만 업계로선 강화된 MDR 요구사항과 포괄적인 임상 데이터 확보 어려움 등으로 인해 인증에 늘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로 인해 업체들이 기존 MDD(구 유럽 의료기기 지침) 인증에서 MDR로 전환한 비율은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강화된 CER 준비가 늘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의료기기 품목별로도 CER 접근 전략 달라야

그런 만큼 이 전무는 "CER이 임상 근거 중심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인증 후에도 임상 근거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CER이) 기존에는 단순히 임상시험 결과를 요약하는 문서였지만, MDR에서는 지속적이면서 포괄적인 임상근거 체계로 그 의미가 전환됐다"며 "EU 규제당국 관심 포인트는 리얼월드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했을 때도 임상시험 결과대로 제품이 작동하는지 여부로까지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만큼 인허가를 계획하는 단계서부터 지속적인 실생활 사용 데이터 수집을 통해 임상 근거 체계를 어떻게 구축해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 전무는 의료기기 품목별로도 CER 접근 전략은 달라진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일반 의료기기는 유사제품과 비교한 동등성 입증과 시판 후 감시(PMS) 데이터 관리 구축이 필요하지만, 이식형 의료기기 또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 전무는 "등급 수준이 높은 이식형 의료기기의 경우 장기 임상 데이터와 실제 임상 근거를 갖춰야 한다"며 "SaMD는 알고리즘 검증을 비롯한 사이버보안, RWD 활용 가능성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CER 작성 처음부터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동등 분석을 통해서 우리 제품만의 독창성 등을 확인하는 체계적인 문헌 고찰도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CER은 제품 전 주기 동안 관리되는 문서인 만큼, 한 번 작성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시판 후 임상 추적 조사(PMCF)와 PMS를 통해서 계속적으로 업데이트 돼야 할 문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 데이터에도 견해·고찰 들어가야"

이어 연자로 나선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마동희 책임연구원은 CER 작성 시 '임상평가(Clinical Evaluatio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동등성 평가(510k) 때 임상시험 데이터만 있으면 승인이 나지만, MDR에서 제시하는 임상 근거는 그 보다 한 발 더 나아가기 때문이다. 

마 책임연구원은 "국내 제조사들이 MDR 인증 때 대부분 놓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임상적 근거를 확보하는 프로세스인 Clinical Evaluation"라고 말했다.

이어 "Clinical Evaluation를 요구하는 이유는 제조사 대부분 임상 데이터는 많이 갖고 있지만, MDR에서 요구하는 데이터 분석과 평가는 부족하다"며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그 데이터에 어떠한 견해나 고찰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MDR 인증은 힘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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