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지난 13일 의협 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올특위 해체와 집행부 전면 등판을 건의했다. 집행부는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시도의사회장협의회 건의를 논의해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주목할 점은 시도의사회장단 건의가 갖는 의미다. 시도의사회장들은 올특위 해체와 집행부가 전면에 나서라는 두 가지를 주문했다.
의료계 일선에선 이미 임 회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다. 임 회장은 지난달 갑작스런 27일 무기한 휴진 발표로 시도의사회장 반발을 샀다. 이후 의료대란 청문회 주목도를 막말 논란으로 희석시킨 것은 물론, 실질적으로 투쟁 전면에 나서 있는 전공의나 의대생 신뢰를 얻지 못하고 도리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임 회장은 독단적 무기한 휴진 발표로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자 올특위를 구성한 뒤 참여하지 않고 한발 뒤로 물러났다. 이는 정부와 투쟁에서 어떤 중간 결과물이 나와도 책임에서 한발 떨어질 수 있는 위치기도 하다. 의료계에선 집행부가 손을 떼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란 평가도 나왔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공개적으로 임 회장과 선을 긋고 나서자 의료계 일각에선 탄핵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지난 5월 시작한 임기도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대정부 투쟁은 진행 중인 만큼 불신임을 물을 명확한 결과물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번 시도의사회장단이 새로운 특위 구성이 아닌 집행부가 전면에 나서달라고 주문한 점은 이 같은 상황과 맞물린다. 전공의-의대생 불참으로 명분을 상실한 올특위 뒤에 숨는 게 아닌 전면에서 투쟁부터 젊은 의사와 신뢰 회복까지 직접 주도하란 의미다.
A 지역의사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탄핵이나 집행부에 기회를 주자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이후 집행부 행보나 성과가 이전과 다르지 않다면 물밑에서만 나오던 탄핵 언급이 실제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물밑에선 탄핵이 언급되던 만큼 이번 행보가 이를 상쇄할 수도 가속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A 지역의사회장은 "이번 시도의사회장협의회 건의에서 중요한 부분은 집행부가 전면에 나서 달라는 점이다. 전면에서 싸우고 있는 건 전공의 의대생인데, 올특위에선 그들과 소통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집행부가 나서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 그때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집행부 소통엔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나온다.
B 지역의사회장은 "시도를 찾아 만나고 전화를 자주하는 것만 소통이 아니다. 철학과 프로세스의 폭을 좁혀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임 회장이 아집을 버려야 한다. 본인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단체를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도의사회장들이 지켜보겠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 회의에선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는데 누가 이렇게 흔드는지 모르겠다"며 "내부적으로는 토론도 논쟁도 치열하게 할 수 있지만, 외부엔 한목소리로 나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